[전국 상권 기상도]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 지갑 닫혔다”
이상고온현상
[서울] 패션계의 올 S/S 실적은 침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는 통상 1~2분기를 비수기로 본다. S/S 제품이 F/W보다 상품가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특히 봄의 경우 사람들의 체감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
특히 올해는 이상고온현상에다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패션업계가 활발한 마케팅을 하지 못한 것도 매출 침체에 한 몫했다. 서울 주요상권의 유동인구가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진 곳도 있어 매장 점주들과 길거리 상인들이 말 못할 신음을 앓고 있다.
‘라파레트’ 동대문 롯데 피트인점 김은미 매니저는 “아무리 동대문이 외국인들을 주 타겟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고는 하나 주말에는 한국인 고객도 상당비중 차지한다. 그러나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와 4월 비수기가 겹쳐 사람들이 쇼핑하러 잘 나오지 않는 듯하다”며 “우리 매장이 1층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평소보다 쇼핑몰 방문 고객이 많이 줄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동대문 거리에서 의류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원래 저녁이 돼야 천막을 치고 장사 준비를 하는데 오늘은 일찍 나왔다”며 “동대문 피크 타임이 밤부터 새벽인데 요즘은 다들 우울한 분위기라 매출도 평소 같지 않다”고 말했다.
왕십리 상권 역시 침체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왕십리 엔터식스 몰의 한 점주는 “전 국민적 슬픔 속에 매출이 떨어졌다고 한탄할 수 있겠는가. 그저 상처가 자연스럽게 아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 아울렛 가산점에 아가방앤컴퍼니의 직영 편집샵 ‘넥스트맘’이 입점한다. 직영점의 장점을 살려 철저한 품질 관리 및 최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분위기 침체
[경기] 세월호 사건 피해자 학생들의 본거지인 안산 상권은 그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신규고객이든 기존고객이든 모두 안산에 터 잡은 시민들이기에 지역 소속감이 서울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안산 ‘디즈니골프’ 직원은 “4~5월이 골프 성수기임에도 매출이 평년보다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골프의 주타겟층이 40~50대 인데 그분들의 자녀가 이번 세월호 사건 희생자들과 동일한 나이대다. 게다가 같은 지역이니 그 슬픔이 오죽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안산 거리는 현재 깔깔대고 웃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 분위기가 매우 침울하다. 용인중앙상권도 마찬가지다. 5일마다 대규모로 열리는 5일장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전같지 않다. ‘씨’ 용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경정수 점주는 “우선 즐겁게 다닐 기분이 아니다”라며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90%이상 차가 가득차 있다.
주말 저녁도 마찬가지다. 다들 나들이보다는 집에서 세월호 소식을 시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이즈가 부족하면 대리점 간에 서로 요청문의를 많이 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이런 요청교류가 드물다”고 덧붙이며 전국적으로 업계가 침체에 빠졌음을 시사했다. 한편, 용인 중동에 ‘칸투칸’ 직영점이 오픈했다. 경기도에서는 성남, 수원, 고양에 이어 네 번째 매장이다.
소비 위축 역신장
[충청] 포구 근처에 있는 태안 상권은 주 고객층이 뱃사람들이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됐지만 이들이 소비를 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시장흐름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태안은 거주하는 인구가 적고,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 하는 유동인구 비율이 많아 지역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권 유동인구가 적은데다 소비심리까지 위축돼 상황은 좋지 못하다. 한편, 센터폴과 네파 등 아웃도어류의 매장이 오픈했고, 여성복 매장은 빠지고 있는 추세이다. 주 고객층의 연령이 30대 후반에서 60대 임을 고려할 때 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인기다.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바람막이 자켓과 반팔 티셔츠 위주의 아이템으로 판매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적 매출은 작년대비 역신장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 긴팔 호조
[강원] 강원도 강릉은 아직 날씨가 쌀쌀한 편이어서 자켓류나 긴팔 티셔츠의 아이템이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의 가장 큰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근처에서 ‘블랙야크’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시장근처에 있어 유동인구는 좋은 편이다” 라고 이야기 하면서 “하지만 여전히 소비심리가 굳어있어 작년대비 실적은 좋지 않은 편”이라고 이야기 했다.
한편, 이번시즌 디스플레이와 대대적인 TV광고의 영향으로 워킹화 등 경량신발의 판매는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의 영향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상품의 인지도가 상승돼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지만 해도 잘 했다
[경상] 지난 4월까지 전년대비 힘겹게 보합세를 이어갔다. 최근 경기가 지속적으로 가라앉는 가운데 일부 상권의 경우 유지만 해도 신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
부산 광복동 상권은 쾌청해진 날씨로 상권을 찾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보세상권쪽은 주말에는 북새통을 이룰만큼 인파가 몰리고 있다. 반면 대로변 브랜드 매장쪽은 큰 매출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품 매장들이 세일을 진행, 고객 입점으로 활기를 더했다.
‘ABC마트’는 리뉴얼 오픈으로 당일에는 고객들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으나 점차 큰 이슈몰이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 진영나들목 상권은 ‘네파’ ‘케이투’ ‘블랙야크’ 등이 여전히 선방하고 있으며 최근 ‘살로몬’과 ‘팬텀‘이 신규 오픈했다. ‘레노마스포츠’도 50평 대 규모로 문을 열고 성업 중으로 주변 주민들을 중심으로 가정의 달 선물 마련 및 나들이 철을 맞아 매출이 나오고 있다.
상권 내 대리점주는 “지난해 롯데김해아울렛 2차가 오픈한지 약 1년이 다됐다. 아울렛 오픈으로 한때 위기가 감돌며 상권약세를 우려했으나 그다지 영향이 없어 현재까지 순항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사고 후 발길 뚝
[전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4월 중후반을 기점으로 상권에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많게는 20%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5월 최대성수기를 앞두고 전 업계가 판촉, 행사, 프로모션 등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축소하면서 성수기 시즌을 맞아 기대해 온 판매 진작에 제동이 걸렸다.
상권을 찾는 고객 자체가 줄다보니 매장 자체가 한산한 분위기며 아직 여름 상품에 대한 적극적인 매기가 일어나지 않는 시점으로 구매력 약화가 심화됐다. 반팔 티셔츠, 후드 등 단품 위주의 수요가 그나마 매기를 이어가고는 있으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하의류와의 동반 판매나 선판매는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까지도 판촉이나 프로모션에 대한 업계 전반의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하순으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여름 판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