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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 민경진 (주)건화텍스타일 사장 - 개발샘플 적중률 30% “창조적 협업생산 펼치자”

2014-04-18     전상열 기자

가격횡포 벤더 비즈니스 지양
창의성 앞세워 직수출 체제로
샘플개발에서 원단공급, 단 10일
뛰어난 개발력에 상담문의 빗발
규제보다 창조경제에 힘실어야


“벤더들과의 비즈니스는 되도록이면 피하려 합니다. 말이 좋아 협력업체이지 가격만 깎아내려 하는 데…. 지금 벤더 오더를 진행하는 임편·임가공업체 대부분이 적자에 신음합니다. 벤더가 되레 수많은 섬유업체들을 빛깔만 좋은 개살구로 몰아가는 것 아닙니까?”

지난 9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주)건화텍스타일. 이날 이곳에서 만난 민경진 사장(47)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고정비용마저 보전 못해주는 의류벤더와 에이전트의 횡포에 넌더리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협력을 통해 상생하자는 벤더의 역할까지 내팽개쳤다”며 벤더무용론까지 펼쳤다. 기자 역시 최근 국내 의류벤더의 역할에 큰 관심을 가진 터라 민 사장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요체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는 “의류벤더들은 초창기 국내 많은 섬유기반을 통해 성장가도를 질주했지만 이제는 ‘나 몰라라’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내 섬유산업의 경쟁력까지 깎아내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물량을 앞세워 국내 수많은 협력업체들에 시설투자를 유도해 놓고는 지금은 아예 공장을 운영할 수조차 없는 가격으로 오퍼를 내는 게 다반사라 했다.

또 줄 세우듯 오퍼를 흔들어대는 횡포까지 서슴지 않는다며 이는 ‘자기혼자만 살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라 꼬집었다. 최근 2년간 경기도 북부와 반월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편직·염색업체들이 줄도산하거나 생산라인 축소바람은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비판도 간과하지 않았다.

“매년 세아 한솔 한세 등 빅3를 포함 국내 의류벤더의 퇴사인력만 줄잡아 수백 명에 이릅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 대부분이 바이어나 의류벤더의 오더를 받아 진행하는 에이전트를 주 업무로 합니다. 한마디로 섬유업계가 커미션만 챙기는 에이전트(소위 나까마)에 둘러싸인 셈이죠.”

그는 “원단시장에 인력부하가 도를 넘었다”며 이 때문에 제조업체는 최저임금과 인건비 상승압박을 견디지 못한 채, 마른 오더에 신음하면서 부도 도산에 이르는 독버섯 같은 역기능만 키운다 했다. 이에서 벗어나려면 바이어가 직접 운영하는 지사개념의 에이전트나, 브랜드와 직접 비즈니스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어와 직접 부딪쳐야 양질의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가 4년 전부터 무역파트를 발족시키고 로컬 위주의 비즈니스에서 직수출로 전환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지금 직수출 비즈니스는 건화텍스타일의 성장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생산과 영업을 자율 경쟁체제로 전환시켰다. 철두철미하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보상시스템도 맞물려 나간다.

“새로운 바이어 발굴과 시장개척은 쉽지가 않지만 나만의 노하우로 극복해 나간다. 한번 연을 맺은 바이어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검증받은 품질에 두터운 신뢰, 여기에 창의성을 배가시킨다. 이뿐만 아니다. 납기는 최단 시간에 맞춰준다. 새로운 기회는 오늘이 있어야 내일을 열 수 있듯 스텝 바이 스텝 경영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얼핏 비즈니스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30년 섬유 한길을 달려온 민경진 사장의 섬유 비즈니스 지론이다. 그는 10대 후반에 섬유와 연을 맺으면서 편직 염색 등 생산현장과 영업일선에서 잔뼈가 굵었다. 눈썰미는 남달랐다. “돌이켜보면 직장 생활 할 때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일 욕심에 사장님과 의견 충돌도 많았었지만…. 결국 사장님께서는 내 뜻에 따라줬어요.” 민 사장은 6개월마다 승진하는 기쁨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추억이라 말했다.

아이디어는 용솟음치듯 했다. 6년간 프리랜서의 길을 걷게 한 동기가 됐다. 프리랜서의 길은 새로운 시야를 열게 하는, 내공을 연마하고 키우는 기회였다. 2002년 경기도 포천에 둥지를 틀었다.

“올해 경기가 최악인 것 같아요. 아마 수출과 내수 한 쪽만 진행하는 업체는 불경기 강도가 더 심할 겁니다. 인건비 등 고정비는 매년 오르는 데 오더 가격은 유지하기조차 어렵지 않습니까? 제조업체가 사는 길은 다름이 아닙니다. 힘들더라도 창의적인 시스템 체제로 전환시켜 나가야 합니다.”

민 사장은 최근 경기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이날 기자의 눈에 비친 건화텍스타일은 다르게 보였다. 기자와 인터뷰 도중 샘플문의에 대한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샘플 오더 생산과 관련 문제점부터 납기에 이르기까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소상하게 설명해 나갔다. 또 바이어로부터 갑자기 옛날에 공급한 원단을 찾는 문의전화를 받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도 한 것처럼 공급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자의 눈에 비쳐진 그의 머릿속은 진행했던 모든 오더가 메뉴판처럼 나열돼 있는 듯했다. 한마디로 톱니바퀴가 맞물려 나가듯 잘 돌아가는 사업장은 바쁘기가 그지없는 현장이었다. 그는 기자와 만나기 직전 2공장에서 샘플작업을 하다 본사와 1공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자체 생산비중은 20%선에 불과합니다. 협업생산 체제는 고비용의 압박을 줄이는 1차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주목적은 창의적인 개발과 생산에 있습니다. 하루에 편직기 400여대 돌릴 정도로 오더를 받아 매일 켄테이너 2대 물량을 실어 냈지만 이미 임직위주의 제조는 끝났지 않습니까? 앞으로 창조와의 싸움에 나서야 합니다.”

민 사장은 올해 수출목표는 1500만 달러라고 말했다. 또 내수 판매를 합쳐 200억 원 매출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매출 190억 원보다 약 6% 성장을 이끌어내는 견실한 행보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2002년 창업과 함께 지켜온 자체 샘플개발능력이 성장원동력이라 말했다. “통상적으로 샘플작업은 20∼30일 정도 걸리지만 저희는 10일이면 충분합니다. 또 샘플개발 적중률은 30%에 이른다”며 각별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창업 때부터 지켜온 분업화 협업생산 체제가 시너지를 낸다는 뜻이다. 여기에 남에게 욕먹을 짓 안하는, 철저히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일관해 왔다.

“FTA 효과요. 관세가 철폐된 만큼 당장 바이어가 가격을 깎아내지 않습니까? 국내 생산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최근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아 프로그램 오더는 있지만 건수가 많지 않아요. 갈수록 악화되는 섬유류 수출환경과 섬유시장의 레드오션화, 극복책은 다름이 아닙니다.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주52시간 근무제 등 규제보다는 창의성을 이끄는 창조경제 실천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