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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표면의 블랙코트는 아버지의 느낌”

‘울 모던’ 전시 참여 최철용 디자이너

2013-11-12     김송이

울마크컴퍼니가 주최하는 ‘울 모던(Wool Modern)’ 전시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 가운데, 최철용 디자이너는 패션업계 안팎에서 흥미로운 쇼와 전시를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이번에 그를 눈여겨본 영국 큐레이터 샬롯 루럿이 울을 소재로 한 전시 참여를 제안했을 때, 마침 최철용 씨도 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서 선뜻 제안에 응했다고 한다.

“제가 전개하고 있는 남성복 ‘씨와이 초이(CY CHOI)’에서도 울의 비중이 아주 높아요. A/W는 90% 이상, S/S는 70~80% 정도가 울이니 항상 울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천연섬유에 애정이 남다른 이탈리아에서 수학하고 활동했기 때문인지, 지금도 나일론과 같은 테크니컬 소재보다 천연섬유의 감촉과 질감을 좋아해요.”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검은색 코트’. 씨와이 초이 2014 S/S 컬렉션의 연장선상에 있는 테마와 디자인으로, 안쪽에 숨어있는 구조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 겹겹 싸인 것을 깎아내는 것처럼 작업했다. 의상의 구조는 물론 흥미로운 텍스트와 그래픽으로도 유명한데, 이번에 검은 울 코트를 통해 들려줄 이야기는 ‘아버지’다.

“블랙 코트는 문학이나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요. 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아버지의 거대하면서도 아련한 존재감이라고 할까요.”

최철용 씨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정갈한 것부터 터프한 것까지 다양한 얼굴을 가진 울 중에서 다소 거친 울을 골랐다. 고생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아버지 세대를 표현한다면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캐시미어보다는 억센 느낌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품의 라벨에도 긴 텍스트가 있는데 이번 전시에 대한 내용과 의상에 깃들인 ‘절반’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도 담았습니다. 의상 안의 구조를 밖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양면이자 반쪽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의상에 어울리는 옷걸이를 제작해서 걸고 발이 놓이는 자리에는 제가 신던 신발을 에폭시로 처리해 희미하게 비쳐 보이게 했습니다. 여기 어울리는 책이나 서류가방을 함께 둘 생각도 있고요.”

그간 aA디자인뮤지엄,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등 여러 곳에서 전시를 진행한 최철용 씨는 전시를 “소통의 창구”라고 말한다. 울 모던 전시는 1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데, 문영희, 정구호, 정욱준, 우영미, 최철용, 최유돈과 산업디자이너 오화진, 우기하와 강현석, 디자인메소즈, 캄캄, 더줌 총 11팀이 참여하는 공동전. 최철용 씨는 “여러 작품들과 어우러지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고민하면서도, 내년에도 세컨 라인 런칭으로 바쁜 와중에도 전시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에 가면 이야기하는 화자가 있고 그것을 보는 관객이 있죠. 그 둘 사이에서 어떠한 공간, 세계가 존재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품으로 제가 의도한 특정한 이미지나 느낌을 전달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작품 앞에 서서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패션쇼에서도 의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쇼는 관객이 자신이 입은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죠. 이와 달리 전시는 커뮤니케이션의 창구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방법으로 삼아, 계속해서 전시를 열거나 참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