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패션업체 美 진출을 위한 제언

이 상 용 그리핀앤파트너스 실장

2008-12-01     한국섬유신문
미국, 시장 규모 및 전파성 탁월
전문 인력·온라인 활용, 철저한 조사로 ‘현지화’ 관건


국내 패션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진출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 진출이 많은 이유로는 낮은 비용, 지속적인 시장의 성장세, 한류마케팅의 활용가능, 현지 소싱으로 축적된 비즈니스 노하우 등이 있지만 이제 많은 패션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미국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이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닫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2가지의 큰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미국의 시장규모이다. 미국의 GDP는 전 세계 GDP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5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또한 미국인의 소비지출 비중은 개인 GDP의 70%로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시장 진출은 타국가로의 진출보다 우수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추후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다면 타국가로의 진출을 보다 수월케 하는 재정적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된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전파성에 있다. 문화는 그 중심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곳으로 전파되는 성향이 있는데 패션 또한 그러하다. 미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 패션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국가에서 유행한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는 타 국가에서도 유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타국가로의 진출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패션업체들이 미국진출을 위해 알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현지사업을 위한 전문 인력의 중요성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도 그러하겠지만 해당국에서의 실무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의 부재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진출을 기대하기 힘들게 한다. 이러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몇몇의 국가 산하기관에서 국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지만 비단 프로그램을 수료하였다 하더라도 현지에서 실무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지에서 소싱, 유통, 마케팅 등에 실무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 섭외에는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국가 산하기관과 패션단체에서 지원하는 현지 트레이드쇼 참가지원이나 국내에서 진행하는 해외 바이어 미팅 등을 활용하되 100% 의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업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참가만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미국 트레이드쇼를 참가해본 회사라면 알겠지만 캐쉬앤캐리쇼(Cash&Carry Show, 현장판매도 병행하는 쇼)가 아닌 이상 2만~3만 불 정도의 예산만 있으면 충분히 직접 참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업체라면 기관에서 지원하는 한국관에서 벗어나 해외업체들 부스 사이에 직접 부스를 설치하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부딪히며 경쟁하는 편이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셋째, 온라인 세일즈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은 홀 세일로 접근하는 업체들, 특히 특정 아이템에 특화되어 있는 잡화업체들에게 더욱 크게 적용된다. 미국의 동부와 남부에서 매출 1위을 달리고 있는 필자와 절친한 한 업체는 매년 150%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가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와 차별되는 특이한 점은 회사에 찾아오는 고객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현재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노후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타 업체들과는 달리 5년 전부터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며 온라인 세일즈(B2B)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미국 전역에 위치한 클라이언트들과 업무관계가 넓어지다 보니 근접한 주의 클라이언트들만 상대했던 회사들은 따라올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은 온라인 관련 전문 인력도 풍부하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니 이를 미국시장 공략 전술로 적극 활용한다면 비용대비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철저히 현지회사가 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법인을 만들었지만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한국 사람이고 업무문화도 한국식이면 현지에서 그 회사의 이미지는 ‘미국에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한국 회사’에 그치고 만다. 현지인과 원활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 회사의 이미지를 갖추고 현지인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현지인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함은 생각 않고 말이 잘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인 직원을 선호하고, 한국 특유의 수직적인 조직구성과 잦은 야근 등 한국식 기업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기를 강요하는 회사라면 미국 현지에서의 사업이 원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미국의 전통적인 유통구조인 홀세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몇 글자 적었다. 현재 미국에 진출하여 많은 노력과 투자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국내 패션브랜드들이 몇몇 있다.
그들 중은 몇몇은 홀세일 비즈니스로 시작하여 백화점과 편집샵 위주로 비교적 안전하게 유통망을 키워가고 있으며, 어떤 브랜드는 공격적인 투자로 플래그쉽샵을 오픈하며 미국 패션유통의 추세인 리테일 비즈니스부터 접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홀세일 비즈니스와 리테일 비즈니스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패션회사들이 중소기업임을 감안하면 리테일 비즈니스는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소 패션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효과적으로 초기사업을 현지에서 전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홀세일 비즈니스로 미국 현지사업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로드샵 위주의 리테일 비즈니스를 보강함이 유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