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노사분규…결국 유동성 위기로
HK·한국합섬, 회생 ‘SOS’
23일 법원에 신청
기각시 파산절차
장기간의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어 온 (주)HK(대표 박노철)·한국합섬(주)(대표 박효상)이 현금 유동성 위기를 끝내 버티지 못하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에 의한 회생절차 개시를 법원에 신청했다.
(주)HK·한국합섬(주)는 23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리해고 37명을 포함 총 254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노조의 불법적인 공장점거와 파업이 두 달을 넘기면서 불가항력적인 사태를 맞게 됐다”며 “현재 전력요금 체납에 따른 단전상황마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 이상 자력에 의한 공장가동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회생 절차 개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화섬업계에 구조적 불황 등으로 지난 해 하반기부터 경영사정이 눈에 띄게 악화되면서 현금유동성 부족과 적자 및 채무의 누적을 불렀고, 가동률 저하·매출감소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종업원들의 임금이 수개월째 부분 지급되고 제반공과금이 연체된 가운데 채권기관들마저 가압류와 압류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는 등 자급압박이 한계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현재 (주)HK·한국합섬(주) 채무규모는 지난해 530억원 누적적자를 비롯 임금체불 59억원, 전력요금 40억원, 원료대금 700억원 등 약 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HK·한국합섬(주)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관련 “그간 추진하여 온 구조조정의 기대효과와 함께 기업 계속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전문기관이 평가하고 있다”며 법원의 개시 결정을 조심스럽게 낙관했으나 “만약 법원이 개시신청을 기각할 경우 파산절차가 불가피해 700여 종업원들이 일시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극심한 고용불안과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사측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앞서 지난 20일 노동부 중재 하에 노조측과 공장점거 및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을 갖고 “노조가 임금 10% 및 상여금 200%를 삭감하는 고통분담에 협조할 경우 ▲정리해고 철회▲손배·가압류 취하▲형사고소 취하 등 그간 노조가 요구한 현안문제를 수용하겠다”는 전폭적인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고통분담을 거부한 채 오히려 ‘파업에 불참한 동료 조합원 10여명을 강제로 정리해고 시키라’고 주장하는 등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을 새롭게 들고 나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주)HK·한국합섬(주) 노사분규는 지난 3월 11일 노조가 회사의 경비배치에 항의 명분으로 노조원을 동원 야간에 집단으로 복면과 쇠파이프 등의 흉기로 무장한 채 관리자들을 집단 폭행한 데 이어 공장을 불법 점거한 이후, 법원의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과 회사 및 관계기관의 거듭된 퇴거 요청을 거부하면서 2개월 넘게 조업이 전면 중단된 체 파행상태를 거듭해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화의법·파산법·기업정리법·개인채무자회생법이 폐지되면서 도산관련 법률이 하나로 통합된 것으로 2005년 3월 제정돼 올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현재 5백인 이상 대기업이 이 법에 의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주)HK·한국합섬(주)가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