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 ‘구조조정’ 점입가경

使측 : 노조불법파업 맞서 직장폐쇄

2006-03-23     한국섬유신문

勞측 : 정리해고 강력반발 강경대응

(주)HK(대표 박노철)가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응 21일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장폐쇄는 지난 11일 노조가 공장 불법 점거에 나선지 11일만이다.
현재 HK 1ㆍ2공장에는 노조원 350여명이 점거, 농성상태다.
(주)HK 구조조정사태가 점입가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HK 구조조정은 지난 2003년 이후 화섬경기가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적자누적 등 경영난 때문이다. HK는 지난 1월부터 노동조합(위원장 이정훈)과 정리해고에 관한 노사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양측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분규사태로 발전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사측의 경비투입에 항의 관리자들을 집단폭행한데 이어 공장을 불법점거하면서 3월 16일부터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HK 관계자는 “노조의 집단폭력 사태로 생산라인의 핵심 관리자 5명이 병원에 입원한데다 노조가 조합원 350여명을 동원 쇠파이프와 복면 등으로 공장을 불법적으로 점거한 상황에서 공장 가동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직장폐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또 “직장폐쇄에도 불구 불법파업에 가담한 노조원에게는 ‘무노동무임금’이 적용됨과 동시에 노조는 ‘퇴거요청’에 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관리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은데다 공장 설비를 먼저 중단시켰기 때문에 ‘직장폐쇄’가 아니라 ‘휴업’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전상열 기자 syjeon@adj360.com



[초 점]비상경영선포 60여일만에 파국

HK 노사가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 지난 1월 6일 HK가 화섬경기 침체에 따른 적자누적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빼어든 비상경영선포 카드가 결국 60여일만에 파국을 맞았다. HK의 구조조정과 관련 노사양측이 최악의 카드를 빼든 채 파열음만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HK 입장으로 봤을 때 노조의 불법파업이나 사측의 직장폐쇄조치는 양쪽 모두 득이 안되는 카드다. 노사양측의 극한 대치의 결과는 이미 대한합섬ㆍ금강화섬의 전례가 있다. 모두 문을 닫고만 것이 아닌가.


HK는 국내최고, 세계 10위권의 PEF 생산업체다. 1988년 설립된 HK는 노사분규가 발생할 때마다 사측이 줄곳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선에서 이를 무마해 왔다. 화섬경기가 그나마 좋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HK의 현재 사정은 예전같지가 않다. PEF 화섬경기는 판매부진에다 가격이 떨어지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지만 인력고용상황은 정규직 740여명, 비정규직 250명에 이를 정도로 비대해졌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인력감축이다. 선발화섬업체들이 구조조정 칼날을 빼든지가 오래됐지만 HK는 그 와중에서도 그러지 않았다. 사측이 구조조정보다 생산성 혁신을 통해 이를 견뎌나가자는 노사상생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사측의 이같은 방침은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그리고 연초 들어서자마자 비상경영 선언과 함께 전체인력의 1/3을 줄이자고 노조에 요청했다. 이 상태로라면 더 이상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 동종업체들은 HK 구조조정사태를 보면서 대부분 이해를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조조정 강도가 낮다는 것이다. 먼저 구조조정을 치르면서 얻었던 선학습의 결과물이다.


현재 HK는 지난 2개월간 134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한 1/3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쳤고 결국 15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 카드를 뽑았다. 노조가 강력히 반발했다. 그리고 양측은 공장폐쇄ㆍ공장불법점거 등 불법파업으로 맞섰다.
문제의 핵심은 HK가 현재 규모 인력으로 경영을 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또 칼자루를 쥔 것은 사측이 아니고 노조다. 도마뱀은 위기에 직면할 때는 꼬리를 자른다고 했다. 미물도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뼈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마다 않는다.
노조의 현명한 선택만이 HK를 살린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