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컴퓨터를 두들기는 디자이너 박윤수씨
1998-01-23 한국섬유신문
깔끔한 모노톤의 무성주의... 패션이 더 이상 감상의 나열이
아닌, 첨단 마케팅 기법을 수반하는 소프트웨어임을 주장하
는 젊음.... 우울할 때일수록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는 플러스
지향적 사고방식... 어떤 이야기에도 혼쾌하게 귀기울이고 감
동받는 순수함...
디자이너 박윤수씨를 보면 이런 에너지가 느껴진다.
『디자이너에게 감성이 캐릭터라면 지성은 마케팅이죠. 이제
세상은 이 두가지의 조화를 요구하고 있잖아요?』 그는 어려
울수록, 즐거운 경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직원이 상처받으면
자신도 상처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항상 내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계기를 마련하고 성장시켜나가
는 상황만들기에 치중해 온 그는 IMF라는 운명적인 것도 자
신의 오리지널리티로 대결할 수 있는 호기로서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입고 싶은 옷, 절대적인 옷, 절대적인
소재, 절대적인 마케팅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박윤수올스타일의 97년 판매율은 기록
적으로 특히 지역의 특성을 넘어선 부산롯데의 판매율 1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디자이너 브띠끄이지만, 내셔날 브랜드처럼 조직화시켰다는
점과 단품의 크로스코디로 아이템에 변화를 많이 준 디자인
기획전개가 보기좋게 적중한 것이다.
특히 핫섬머 상품의 판매율은 두드러져 6~7월 단품군이 소비
자들에게 적중, 상품 소진율도 63%나 달성하기도 했다.
기업화된 매뉴얼 대응으로 10대의 무성주의를 30~40대까지
끌어올리는 새로운 감각제안에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
이다.
「대중과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단품군이예요. 디
자이너 작품은 비싸서 못입는겠다는 인식을 타파하고 친근감
을 느끼게 하는게 가장 필요하죠.」 그는 백화점의 유동고객
들이 「모두 다 내손님이였으면 좋겠다」고 할만큼 욕심쟁이
지만, 결코 매장을 많이 전개하지는 않는 치밀함을 갖고 있
다. 매장이 많으면 형식에 그치기 쉽다는 것이다.
작년에 정신무장한 것이 올해 결과로서 나왔다고 웃는 박윤
수씨.
일본에 갔을 때, 패션매장에서 바코드재고관리를 하고 있는
선진 유통시스템화에 충격, 87년 모든 관리을 전산화로 돌려
버릴 만큼 그는 시대흐름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
숫자는 기피하지만, 봐야 하는게 디자이너의 숙명이라고 생
각하는 그는 컴퓨터를 서류라고 생각한다.
컴퓨터를 두들기는 디자이너.. 첨단과학을 모르고 어떻게 장
사하느냐고 반문하는 디자이너.
SFAA그룹의 선배들을 부모처럼 존경하고 JDC그룹의 후배
들도 끔찍히 챙기는 그는 냉철한 이성과 풍부한 감성이 복합
되어 있는 21세기형 한국패션의 중추디자이너로서의 기본자
세를 말해주고 있었다.<유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