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제조업 리쇼어링,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

경기침체 속 트렌드 ‘변화적응’ 해야 미래예측 어렵지만 기민 대응 필요 … 2020년 이전 이미 지속가능 수요 日 카이하라 위기 속 재투자 귀감

2024-04-17     김임순 기자

어느 날 섬유 인으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항상 맘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면서도 변화를 주창했다.

우리는 막연히 ‘이렇게 될 것 같다’ ‘생각 뿐 이다’면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프론티어가 된 사람은 큰 부를 손에 쥘 수도 있고, 팔로워가 되는 사람은 적은 돈을,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변함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지인의 아들이 휴대폰 도입 초창기시절 벨소리 서비스 사업을 통해 큰돈을 만들었다. 당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벨소리 서비스다. 지금은 어떤가. 벨소리 사업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해졌다. 산업이든, 사업이든 고조기 쇠락기가 있기 마련이다.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양이란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아마 90년대 초부터 사양산업이란 말을 들었으니 30년이 지난 지금 인건비로 사라진 기업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 섬유산업도 지난 15년간 섬유업 종사자 수가 약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30여 년 간 지독한 불황 저 성장기를 겪었다. 일본 섬유산업은 우리보다 더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남아 성장을 거듭한 기업들이 있다. 모두가 불황이다, 섬유는 끝났다라고 말할 때, 묵묵히 개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기업들이다.

1893년 설립된 일본 최대 데님기업 카이하라 데님은 원래 남색 기모노 원단을 만들던 회사였고, 청바지 소재 데님 생산판매를 진행한 카이하라 주식회사는 방적염색직조가공까지 일관생산을 하는 일본의 데님기업이다. 전 세계 청바지 메이커에 원단을 제공하며, 생산과 수출에서 모두 일본 TOP 점유율을 자랑한다.

일본내 기모노 수요가 줄어들며 위기를 맞은 카이하라는 남색 염색 전문성을 살려 데님회사로 거듭났고 이제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데님원단 기업이다. 만약 가이하라 데님이, 당시 기모노 원단 생산만 고집했다면 지금의 카이하라는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섬유산업이 지금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지난 영화(英華)만 그리워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다”라고~!

2020년 이전부터 이미 전 세계 섬유산업은 지속가능 패션이 주요 트렌드로 떠오를 것을 전망하며, 미주, 유럽에서 지속가능 원단에 대한 상담과 급격한 수요증가를 예측했다. ESG가 화두가 될 것도 자명한 일이다. 리사이클, 오가닉 코튼 뿐 아니라 프리미엄 소재 수요가 늘 것도 인식했다. 룰루레몬 13조원 매출 회사가 된 것도 몇 년 내 일어난 일이다. 

그간 우리는 뭘 준비하고 대응했나. 매년 ‘언젠가 경기가 좋아지겠지, 기다릴 뿐이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고, 대부분 오프라인 마켓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기존 같은 오더가 유지 될 거라 믿기만 했다. 그사이 중국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제조업 패권을 쥐었다.

우리는 다시 대한민국 섬유산업을 살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미국유럽과 중국의 정치사상적 갈등은 무역전쟁으로 이어졌다. 중국 생산품과 소재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 되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지금 얼마나 자동화, 생산 선진화를 이루는가에 따라 대한민국 제조업 역량이 생길 수 있다. 

일본은 다시 부흥하기 위해 천문학적 금액과 보조금으로 제조설비를 재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저임금 국가만 전전하고 있다면, 세계의 변화를 다시 놓치는 건 아닌지 아쉬운 면도 있다. 수년 내 다시 생산 제조가 중요해질 것이다. 

비산염색공단도 대구공항 이전과 함께 부지까지 확정돼 옮기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아직도 염색공단에는 90년대 텐터기를 가동하는 공장도 있다. 설비 노후화, 근로자 노령화, 지속적이지 않은 오더. 이러한 상황 앞에서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