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패션 콘텐츠 주도하는 잘파세대
세계관 강화해 격변하는 시장 돌파해야 전문가들, 막강한 분초사회·핵개인에 주목 … 성수·더현대서울 등 핫공간 이끄는 세대 패션과 유통 지형도까지 바꾼다
패션마켓이 달라졌다. 올해 유통 시장은 자본과 규모를 내세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등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본지가 분석한 섬유패션(72곳) 상장사 작년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소비침체 속에서 섬유패션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먼저 달라진 소비습관과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가 몰고 온 변화가 눈길을 끈다. 잘파세대는 1995년에서 2009년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합친 말이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과 트렌드코리아 공동저자 김난도 교수 등 전문가들은 올해를 분초사회와 핵개인에 주목했다. 분초사회는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성을 지칭하는 키워드다. 소유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하면서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줄서기 앱을 통해 식당 대기 시간을 줄이는 등 사회는 분초 단위로 시간을 아끼는 노력을 집중한다. CGV 분석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영화관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젊은 사람일수록 기간이 길었다. 그들은 영화 리뷰를 확인하고 볼 만하다는 확신이 들면, 영화관을 간다.
송길영 부사장은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도서를 통해 사회를 유지해온 시스템이 변화하며 막강한 힘을 갖게 된 ‘핵개인’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사회는 3대가 2세대로 가족 구성이 바뀌고 고령화 지능화되면서 핵개인시대가 왔다. 5인 가구도 혼자 의사결정을 하면 핵개인이고 세상과 접점을 스스로 높인다.
QR등 디지털 경험을 한 소비자가 경제주도 세력으로 떠올랐다. 또 요즘 핫한 공간으로 떠오른 팝업스토어 성지 ‘성수’와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 스타필드 수원점의 중심에 잘파세대가 있다. 이곳은 단순히 패션만 있는 게 아니다.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잘파세대가 차별화된 경험과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 세계관, 문화 등을 공유하며 경험 콘텐츠에 열광하는 곳이다.
잘파세대는 패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젊은 변화의 물결이 크게 일고 있다.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르디메크르디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런칭 3~4년 만에 연간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을 넘겼거나 1000억원에 육박한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로 잘파세대 팬덤을 구축했다. 성공요인은 뛰어난 감각과 함께 오리지널리티, 서사가 축척된 브랜드 세계관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OTT 점유율 1위 기업 넷플릭스는 “우리의 경쟁은 TV가 아니고 바깥세상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잘파 세대를 등에 업은 패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아크테릭스를 전개하는 넬슨스포츠 정호진 대표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성향이 이전과 달라졌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섬유패션 기업들도 브랜드 본연의 가치와 스토리에 더 집중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잘파 세대 파워는 유통 지형도 바꿨다. 더현대서울의 성공 노하우를 다른 매장에 접목키 위해 현대백화점은 조직개편을 했다. 영업본부 산하에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신설했다. 더현대 서울처럼 기존 백화점과 다른 새로운 공간 콘셉트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상품본부 내에서 여성복과 남성복 등으로 구분돼 있던 조직을 없애고 국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담당하는 ‘트렌디팀’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등을 맡은 ‘클래시팀’으로 재편했다.
최근 유튜브채널 채널십오야에서 강의한 마인드 마이너 빅데이터 송길영 전문가의 글을 새겨봐야한다. 미디어 채널에 대한 분석이었지만, 패션 브랜드 혹은 기업이 구축해야할 콘텐츠 및 세계관의 중요성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필요한 것은 세계관을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중략) 현대의 시청방식은 팬덤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댓글달기, 파생상품구매, 유료구독까지 이어진다. (중략)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 서사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