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간흑자에도 못 웃는 쿠팡…‘럭셔리’가 활로?

알리·테무 등 中이커머스 공습, 파페치 인수 시너지는 아직

2024-03-11     민은주 기자

쿠팡이 지난해 첫 연간흑자를 달성하며 국내 이커머스 패권을 지켰다. 다만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고 대내외 상황도 만만치 않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쿠팡이 아시아 이커머스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중국업체들과의 경쟁, 무리한 사업다각화와 해외 진출 등을 위험요소로 꼽았다. 쿠팡은 글로벌 활로를 찾고 유통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럭셔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뉴욕증권거래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31조 8298억 원의 매출과 6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창사 14년 만에 처음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적극적인 물류투자와 빠른 성장규모, 수도권 인구 밀집 등을 쿠팡 실적의 원동력으로 분석했다.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상장된 쿠팡 주가는 최고가 대비 약 63%로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발 저가 이커머스가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쿠팡이츠·쿠팡플레이·대만진출 등 신사업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페치 인수 역시 쿠팡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글로벌 럭셔리 패션 플랫폼 ‘파페치’를  5억달러(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  한때 시가총액 30조원을 기록했던 파페치는 무리한 사업 확장 탓에 기업가치가 100분의 1로 떨어지며 부도 위기를 맞은 상태였다. 쿠팡은 파페치를 통해 190개국의 럭셔리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글로벌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지만, 인수 후에도 기존 주주들의 소송제기, 케어링·리치몬트·니먼 마커스 등 주요 파트너들의 이탈, 경영진 사임 등 내홍이 이어지며 시너지 효과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파페치 인수에 대해 “5억 달러를 투자해 4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액(GMV)을 가진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를 발견했다”며 “이미 발표한 투자금 외에 추가 투자 없이도 파페치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렸다”고 언급했다. 또한 “명품은 아직 이커머스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공략하지 못한 분야”라며 “쿠팡은 혁신을 주도하는 방법을 잘 알아 이런 역량을 활용하면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고, 기존 쿠팡 사업과 전략적 가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한편 럭셔리 이커머스 시장은 엔데믹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약 730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는 영국 럭셔리 패션플랫폼 매치스는 작년 약 678억 원의 손실 끝에 프레이저스 그룹에 인수됐으나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7일 폐업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