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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고] 전 세계가 '도파밍'에 빠져든다

2023년 대표하는 10대 유행어 중 하나는 ‘도파민’ 모든 생활에서 ‘즐거움’ 감정 더하고자 하는 움직임 … ‘도파민 나오는 것들을 파밍한다’ 의미 도파밍 파생되는 다양한 흐름 속 새로운 기회영역

2024-01-18     권정윤

 

중국의 한 문예월간지는 매년 그 해를 대표하는 10대 유행어를 발표한다. 2023년을 대표하는 10대 유행어 중 하나는 ‘도파민’이었다. 화려하고 선명한 색깔로 주목을 이끄는 패션을 일컫는 ‘도파민 패션’, 전혀 커피인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알록달록한 색감을 표현한 ‘도파민 커피’, 이외에도 ‘도파민 관광’, ‘도파민 산책’ 등 활력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파민을 붙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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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하게 미국에서는 ‘즐거움 경제(joy-nomics)’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다. 한 매체에서는 ‘더 재미있게 사는 법(how to have more fun in life)’에 대한 검색량이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에어로빅이나 줌바와 같이 실제로 신체적인 텐션이 올라가는 운동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든 생활에서 즐거움(joy)이라는 감정을 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서도 ‘도파밍’이라 이름붙인 트렌드가 등장했다. 파밍(farming)은 게임용어로 열심히 아이템을 모으고 돌아다니는 행동을 말하는데, 도파밍은 도파민과 파밍을 더하여 ‘도파민 나오는 것들을 파밍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파민은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자극이나 쾌락을 경험했을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짜릿한 즐거움이나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놀이나 콘텐츠,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각종 챌린지도 커져가는 도파밍 트렌드의 일환이다. 2~3년 전부터 상?하의, 신발과 액세서리 등을 무작위로 뽑아 코디하는 ‘랜덤 코디 챌린지’가 유행했고 최근에는 ‘랜덤 필터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앱에서 랜덤 필터를 켜놓고 친구 여러 명이 함께 입에 물을 머금고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 그중 한 명만 우스꽝스런 필터가 적용되어 사진이 찍힌다.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 물을 뿜지 않고 웃음을 참으면 챌린지 성공이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재미에서 도파민을 찾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도파민 집중 현상은 결국 ‘자극적인 즐거움 추구’라는 공통가치를 담고 있다. 이처럼 도파밍 현상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를 불문하고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전세계인이 경험하고 있는 환경 변화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바로 1분1초의 빈틈없이 무언가에 시선을 빼앗기는 미디어 환경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잠시간의 시간조차 사람들은 SNS를 확인하고 몇 초짜리 숏폼 콘텐츠를 돌려본다. 짧은 만큼 우리에게 극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아무 자극이 없는 심심한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도파밍 트렌드에 따라 마케팅 방식 또한 진화한다. 최근 숏폼 콘텐츠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 SNS에서 인기 영상으로 바이럴이 커진 ‘야! 너도 공주 할 수 있어’ 영상이 좋은 사례이다. 한 소규모 뮤지컬 공연 중 배우의 대사에 관객 한 명이 예정에 없던 답변을 하는 돌발 상황을 담은 짧은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평소 뮤지컬을 잘 모르던 소비자까지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는데 알고 보면 뮤지컬 <난쟁이들>의 재치 있는 마케팅이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중공업 분야에서도 이미지 탈바꿈을 위해 가볍고 재미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현대제철은 철강 제조 공정을 귀여운 캐릭터들이 일하는 영상으로 표현한 유튜브 영상 ‘철멍주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신나는 배경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컨베이어 벨트가 무한 반복되어 돌아가는 모습을 ‘멍때리기’ 영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제 각 브랜드는 도파밍 트렌드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파밍 트렌드와 함께 등장하는 카운터트렌드(counter-trend)도 고려할 수 있다. 도파밍은 자극이 강한 만큼 피로도를 느낀 사람들이 ‘72시간 동안 스마트폰 쓰지않기’와 같이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를 하기도 한다. 도파밍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영역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