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신제품이 만들어내는 쓰레기 풍선효과
환경부, 1회용품 사용 규제 중단 발표 소상공인, 다회용기 사용 어렵다 이유 … 환경 생각하면 경제가 울고, 경제 살리자니 환경이 난리 둘다 살릴 해법 없나
풍선효과(Balloon Effect). 어느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온다는 이 말은 미국 마약 정책의 실패로부터 비롯되었다.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불법 반입되는 마리화나를 단속하자 콜롬비아로 생산지가 옮겨갔고 마약 유통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어느 나라나 고질적 사회문제에 극약 처방을 내리지만 이내 풍선효과가 뒤따른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입 수시와 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리자 학원 컨설팅 사업이 더 활발해졌다. 성매매 단속 특별법이 나올 때마다 영업 형태를 교묘하게 바꿔 대응한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 대책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나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사회문제는 겉으로만 봐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풍선 입구를 막아놓은 채 한쪽을 누르면서 다른 쪽이 튀어나오지 않길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풍선을 누르려면 입구를 살짝 열거나 어딘가 작은 구멍을 내야 한다. 풍선은 바늘로 찌르면 터지지만, 사회에서는 연착륙을 위한 바늘구멍을 찾을 수 있다.
2023년 11월 7일 자로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지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때문에 더 이상 다회용기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다. 자원 낭비로 인한 기후 위기가 인류 공통의 과제로 떠올랐고 플라스틱 감축은 환경보호를 위해 초미의 관심사지만, 경제 살리기 역시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환경을 생각하면 경제가 울고, 경제를 살리자니 환경이 난리다. 동시에 살릴 방법은 없을까.
경제는 늘 발전과 성장을 논한다. 지난해 대비 성장률이 얼마인지, 지난달 대비 취업률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관심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새로운 기술로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는 신제품이 계속 나와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새로운 기술과 자본으로 새 상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이 부분에서 기업의 새로운 상품이 늘 경제를 발전시키는가를 한번 생각해보자. 2018년 발암물질 라돈이 침대에서 검출되어 크게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정확히 말해 ‘사회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다. 당시 제조사는 왜 발암물질로 침대를 코팅했을까. 사용자의 숙면을 위해 침대에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파우더를 발랐는데, 주성분인 모나자이트에서 방사능이 나오는 줄을 미처 몰랐다고 한다.
최근 피해자 소송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라돈이 소비자 건강에 심대한 피해를 주었는지 과학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당시 제조사 기술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를 몰랐을 수도 있으니, 기업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침대는 기술의 발전이었을까, 경제를 성장시킬 신제품이었을까. 식품업계 지각변동을 가져온 1989년 라면 우지 파동이나 2004년 불량 만두 사건과도 비교해 볼법하다.
요즘은 어느 나라나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 경고한다. 타르와 니코틴 등 발암물질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이 주성분인 담배 필터 꽁초를 거리에 버리면 하수구에 흘러들어 해양오염의 주범이 된다.
기존 담배의 악취와 건강상 문제를 보완했다는 전자담배가 2003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초기에는 궐련형 담배의 대체품이자 금연 보조제품이라고 과장 홍보되기도 했다.
담배 연기를 마실 때와 전자기기로 수증기를 흡입할 때 어느 쪽이 해로운가는 초점이 빗나간 논쟁이다. 정작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전자담배는 그냥 담배가 아니라 전자제품이라는 것이다.
1회용 전자담배는 물론 다회용 전자담배를 아무 곳에나 버리면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배터리, 플라스틱이 함께 매립되고 소각된다. 더 심각한 쓰레기다.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제품’이 만드는 ‘새로운 환경오염’은 쓰레기 공급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풍선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