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역사를 움직인 실 ‘패션은 얀에서’

패션제품, 실에서부터 시작 ‘총보다 강한 실’ 저서 눈길 직물과 실에 대한 이야기 가득 … 샤넬 루이비통 브랜드 역시 얀 17일 ‘필더얀’ 전시 기대 고조

2023-10-12     김임순 기자

패션은 실로부터 시작된다? 
‘인간 생활역사에서 실을 빗댄 책자’가 섬유인의 눈길을 모은다.   
온라인상에 ‘패션의 완성은~ ’을 클릭하면 신발로, 역사 등으로 검색되는 요즘, 무엇보다 슈즈 역시 다양한 얀을 사용해 기능성의 강한 패션 신발을 태동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해낸다. 

실에 대한 신작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작 ‘총보다 강한 실’이 돋보인다. 그동안 다뤄진 적 없던 실의 역사에 주목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총, 균, 쇠가 주류의 역사이자 힘의 역사라면, ‘실’의 역사는 총보다 강하게, 균보다 끈질기게, 쇠보다 오래,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온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한다.

모든 분야, 복잡다단한 시대, 패션도 역시 실에서 부터 열린다. ‘패션은 얀(실)으로부터’ 라는 말을 써 본다. 국내 섬유시장에서 면사가 한 창 일 때도 있었다, 지금도 얀이 패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지만, 패션 얀을 찾는 눈은 달라졌다. 국내는 없을 수도 있는 이탈리아 얀의 세계는 우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르며 k패션은 어떤 것을 찾을까 궁금해진다.  

앞서 소개한 책자 ‘총보다 강한 실’에는 직물과 실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리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들, 고대 중국의 비단 제작의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등을 만난다. 또한 남극대륙과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선택된 특별한 직물과, 인간 한계를 넘기 위한 우주복 이야기, 전신 수영복 이야기도.
인류의 시작, 교역의 시작, 산업혁명의 동력, 과학의 발전, 그 모든 곳에 있었던 ‘실’. 책은 힘과 권력에 가려졌던 그 뒤에 숨은 인간을 따라간다. 엉킨 실타래를 인내심을 갖고 풀어내듯, 실과 직물의 흔적을 끝까지 찾아내 그것을 최초로 만들고 사용한 인물들과 그들이 움직여온 역사를 펼쳐 보인다.

‘실’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게 한다. 인간 생활의 기본적인 의(衣),식(食),주(住) 3가지 요소 중  ‘의’ 를 이루는 것은 ‘실’ 이다. 실이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얀은 전 세계 유명 전시회를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탈리아 패션얀 전시회 필더얀은 밀라노에 가야만 가능했다.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으로도 즉시 확인이 가능하다. 실의 촉감이나 온기는 가려낼 수 없지만 생생하게 본다. 17일 이탈리아 ‘필더얀’이 서울에 온다. 이탈리아 각지에서 생산한 고품질 얀이며, 지속가능과 책임 공정을 강조한다. 

보다 많은 실은 중국전시회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인터텍스타일 전시회는 얀 엑스포와 상하이 국제니트 전시회를 겸해 시즌마다 열린다. 중국 모든 전시가 그렇듯 얀 전시 규모도 방대하다.

5개 전시관에서 최소 24개국 3300개사가 참가한다. 총보다 강한 실은 현재 명품보다 더 큰 비전의 명품 실을 찾아내야만 가능해진다. 전 세계 얀 전시회에서 한국 원사는 찾아볼 수 없다. 소재를 내놓을 만한 아이템 부재보다는 대량 수출위주가 이유다. 얀 엑스포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탈리아 원사 팬시얀 전시회는 그들의 차별성과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함이다. 국내 고급 여성복 브랜드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운 남성 여성 신규 스타트업 디자이너들이 전시장을 방문한다. 이탈리아 현지 실(팬시얀) 트렌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무역공사 이탈리아 원사조합 CPF (Consorzio Promozione Filati)공동이다. 지난 2009년 서울 전을 끝으로 12년 만에 지난해 이은 행사다. 필더얀(Feel the Yarn)은 현지 41개 조합(CPF) 소속의 이탈리아 전역 19개 원사업체가 참가한다. 

이탈리아 팬시얀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창조성을 강조한다. 원사디자이너가 실을 디자인하고, 얀 단계에서 어떤 패션을 만들지를 가늠해낸다. 
책 속에 소개된 일곱 번 째 이야기 ‘레이스와 사치’는 실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실의 존재를 통해 역사를 움직인 실의 위대함을 생각해 본다. ‘이탈리아 원사 전시회’에 기대감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