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고객 붙잡는 마법 주문, ‘게임 한 판 하실래요’
가상작품 키우는 올팜 농사게임 유행 앱 방문횟수 체류시간 확보 효과까지 … 수확형·O2O형 재미와 경험이 공존 게임화, 소비자 얻는 기제로 작용 소비자에 어떤 경험을 주느냐가 중요
‘6번째 수확입니다~ 빠른 수확 공략집 공유드릴게요!’
요즘 디지털 농사짓기가 유행이다. 쇼핑앱 올웨이즈에서 내놓은 올팜이라는 농사게임이 소위 ‘대박’을 쳤다. 아보카도, 양파, 바나나 등 원하는 작물을 선택한 후 수확까지 성공하면 실물로도 받아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올팜 덕에 게임이 포함되어있는 올웨이즈 앱의 방문 수 및 체류시간이 국민 쇼핑 앱인 쿠팡을 능가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이어 온라인 식품 커머스 ‘컬리’까지 유사한 ‘마이컬리팜’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가상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주기적으로 앱을 방문하여 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앱의 방문횟수와 체류시간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인 유인책이 된 것이다.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게임화(gamification, 게이미피케이션)’가 최근 소비자를 모으는 마법의 주문처럼 퍼지고 있다. 예전부터 서비스에 게임요소를 활용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경우 음료를 구매할 때마다 별을 적립해주며 일정 개수 이상을 모으면 등급을 올려주고, 무료 1+1 음료 쿠폰이라는 보상을 준다. 연말에는 정해진 미션을 달성하면 (적립 스티커 모으기) 한정판 굿즈도 얻을 수 있다. 즉, 미션과 보상, 등급(랭킹 포함), 다른 참여자들과의 경쟁 등이 중요한 게임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현재 플랫폼 앱에서 사용하는 게임화 방법은 그저 게임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게임 자체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자사의 상품 및 서비스 이용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려는 것을 넘어서서, 게임을 통해 자사의 플랫폼으로 접속하고 오래 머물게 하려는 것이다.
최근 브랜드들은 어떻게 게임을 활용하고 있을까. 먼저 ‘수확형’ 게임이 있다. 앞서 소개한 ‘올팜’이나 ‘마이컬리팜’처럼 농장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 외에도 목장에서 소를 키우거나 달리기를 완주하여 상품을 얻는 등 작지만 지속적인 시간 투자를 요하는 유형이다. 단순히 접속하는 것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비료를 얻기 위해 상품을 보거나 다양한 동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도전의식이 생기도록 하는 적절한 난이도와 재미가 있다면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공략집을 온라인 상에서 공유하는 광고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O2O(Offline to Online)’형도 있다. 온라인 앱상에서만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활동과 연계함으로써 경험의 재미를 더하는 방식이다. 가장 기초적인 모델은 만보기 게임이다. ‘캐시워크’는 직관적인 이름 그대로 걷는 만큼 포인트를 준다는 컨셉으로 시작하여 건강과 일석이조의 효과를 생각하는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일명 ‘10원 줍기’로 불렸던 토스의 ‘함께 켜기’ 이벤트 또한 소비자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은 게임이었다.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하여 근처에 토스앱을 함께 실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10원을 획득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마치 ‘포켓몬 고’ 게임처럼 거리를 다니며 10원을 사냥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참고할 만한 유형은 스토리학습형이다. 게임화의 큰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쉽고 재미있게 게임을 진행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물론이고 청소년기부터 전자오락을 자주 접했던 X세대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게임은 매우 친숙한 매체이다. 예를 들어, 핀테크앱 토스는 ‘고양이 마을 보물 지키기’라는 보안 캠페인을 진행했다.
악당으로부터 고양이 마을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보안 아이템을 강화한다는 스토리라인인데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융거래에서의 보안 의식을 학습하는 효과를 노렸다.
게임화는 업종을 불문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해외 주식 거래 앱에서는 게임을 도입하였으나, 자칫 사행성 투자를 조장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