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51) -디지털 위장복이 도입된 이유 (상)

2023-06-15     안동진

블록 그래픽
군대에서 사용되던 전통적인 위장무늬 카뮤플라주(Camouflage) 패턴이 파격적으로 바뀐 것은 2005년 미 육군이 시작인 듯하다. 새로운 위장패턴은 대단히 이상한 모양이었다. 마치 해상도가 극히 낮은 컴퓨터 디스플레이에서 나타나는 물체의 픽셀화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블록 그래픽에 익숙할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 군대는 전통적인 위장 패턴을 버리고 인기 온라인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의 블록 그래픽과 유사한 픽셀화된 디지털 패턴을 다투어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것도 패션 트렌드의 일종일까. 아니면 기능 때문일까. 군복도 트렌드가 있을까.

단일 스케일 패턴(Mono Scale Pattern)의 문제

기존 위장지는 패턴의 크기가 한 사이즈로 고정된 단일 스케일 패턴이다. 이런 단일 스케일 위장 패턴의 문제는 거리에 따라 위장 효과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패턴의 크기에 따라 원거리에서는 큰 무늬가, 근거리에서는 작은 무늬만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단일 스케일 패턴은 관찰자로부터 적정 범위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다른 거리에 있는 관찰자는 패턴을 최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단일 스케일에서만 작동하는 구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위장복보다 다중 스케일 군복이 탐지하는 데 약 2.5배 더 오래 걸리며, 탐지 후 시작되는 인식은 구형 위장보다 20%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큰 패턴과 작은 패턴이 혼합된 다중 스케일 패턴이라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이유이다. 다중 스케일패턴 이면에는 자연의 자기 유사성을 모방하는, 소위 프랙털(Fractal) 위장을 제공하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자연은 동식물들이 여러 규모에 걸쳐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프랙털 패턴이 많이 발견된다.

점점 더 작은 스케일에서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는 것을 자기 유사성이라고 하며, 확장 대칭 또는 전개 대칭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를 프랙털이라고 한다. (Wikipedia 첨삭 번역)
가까이서 보면 작은 패치들은 나뭇잎의 자연스러운 패턴을 모방한 마이크로 텍스처를 만들고, 멀리서 보면 사각형의 클러스터가 나뭇가지, 나무, 그림자와 어우러지는 매크로 텍스처를 만들어낸다.

Dual-Tex
이에 따라 고안된 것이 Dual-Tex (Dual Texture gradient)이다. 1976년, 웨스트포인트의 공학 심리학 교수인 티모시 R. 오닐 중령은 과학을 위장패턴에 적용했다. 그는 기본 연구개발사령부(MERDC)가 사용하던 패턴(기존 위장패턴)을 수정해 그 체계의 큰 패턴은 유지하되 패턴을 구성하는 작은 성분을 4인치 정사각형으로 세분화하여 위장 패턴 속의 위장 패턴, ‘이중 텍스처’라는 이름을 붙였다.

회화에서의 ‘점묘화’와 비슷한 기법이다. 점묘화는 색상의 혼합으로 채도가 낮아져 색감이 어두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색상이 섞이지 않도록 모든 사물과 배경을 겹치지 않는 점으로 그리는 회화기법이다. 

Dual-Tex는 원거리에서는 큰 ‘매크로 패턴’이 보이고 근거리 또는 사수 조준경을 통해서는 표준 MERDC 패턴과 구별 할 수 없는 작은 두 번째 ‘마이크로 패턴’이 나타난다. 이 아이디어는 멀리서 보면 나무가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나뭇잎이 보이는 일종의 프랙털이었다. Dual-Tex는 확실히 효과적으로 작동하였다.

미 육군이 이 새로운 위장 패턴을 전 사병에 전격적으로 도입한 이유이다. 광학과 인체 생리학이 융합하여 의류 패턴에 도입된 첨단과학인 것이다. 하지만 미 육군은 이로 인해 6조7000억원을 낭비하는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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