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폐섬유 순환 시스템 ‘숟가락 얹기’식 안돼
리사이클 원사시장, 폐페트병에서 폐원단 활용 효성티앤씨·태광산업·블랙야크 전스트림에 확산 … 폐원단은 소재 구분, 부자재 떼는 데 비용 높아 23,000여곳 봉제 공장과 동대문 기반서 수거 가능 정부 및 협단체, 폐의류 순환 시스템 지원 당부
태광산업은 작년 1000여명의 직원들에서 받은 헌옷을 수거해 친환경 원사 에이스포라-에코(ACEPORA-ECO®)’로 양말을 만들었다. 효성티앤씨는 폐원단 리사이클 섬유를 개발해 브랜드 플리츠마마가 새들백으로 출시했다. 폐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원사부터 폐어망, 폐원단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비와이엔블랙야크도 폐섬유를 활용해 옷을 만들기 위한 ‘가먼트 서플라이 체인(Garment Supply Chain)’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섬유 기업들이 폐페트병을 활용한 원사 생산에 집중했고, 브랜드들이 의류에 적용하는 자원순환체계가 꽃을 피웠다면, 올해는 국내 폐섬유를 재활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산 폐섬유를 모아 리사이클 원사를 만들고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폐페트병을 분리 배출하고 수거 및 프레이크 칩을 만드는 가공상 문제보다, 폐섬유를 수거하고 가공 및 활용에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
현장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폐섬유로 원사를 만드는 기술은 확보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의 경우 폐섬유를 분리 수거하는 체계가 거의 없다. 원료 확보가 그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의류는 소재가 제각각이고 소재별로 분류하고 지퍼와 단추 등 부자재 제거하는 데 드는 인력과 비용이 폐페트병을 수거할 때 보다 훨씬 비싸고 그 과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기업들이 일부 나서고 있지만, 원료 공급량으로 보면 턱없이 부족해 더 큰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폐PET의 순도(깨끗함)이 중요했던 것처럼, 폐원단은 소재 선별이 중요하다. 소재가 섞이면, 생산수율이 떨어진다. 한 섬유기업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버려지는 옷을 모았지만, 수거량의 10분 1정도 재활용됐다.
업계에 따르면 리사이클 원사 가격은 대략 일반 화섬사의 1.5배~2배 남짓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대두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은 지속가능 정책과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패션브랜드들은 친환경 소재 적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원사 메이커나 원단사 및 브랜드사가 협업해 최소한 상승비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생산량이 뒷받침된다면 이 가격 경쟁력도 높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개별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 보면 무리한 경영이 될 수 있지만 업-미들-다운의 전 밸류체인으로 연결되면 시장 경쟁력이 있다.
한 임원은 “전국 각지의 버리지는 봉제 공장의 자투리 원단을 모아서 소재와 컬러 등에 따라 분류하는 통합채널이 있어야 비용이 줄어들고 퀄리티도 높아진다”며 “특히 국내에 있는 봉제 공장과 협업해 수거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폐원사 등을 활용한 원사 및 적용한 옷이 방글라데시 등보다 가격이 비싸겠지만 앞으로 세계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봉제 생태계가 많은 편이다. 봉제업체(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 봉제업체 실태조사의 기초통계조사 기준)는 2019년 2만3030개로 나타났다. 서울 비중이 60.8%를 차지했다. 서울의 1만3996곳 봉제업체가 한 해 배출하는 원단폐기물은 4만6000t에 이른다. 국내에서 한 해 버려지는 옷이 4000만톤에 이른다. 재활용 가능한 다양한 원단이 나오지만 분리배출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 매립·소각된다.
또 동대문시장이 살아있어 폐원단 수거 및 분리하는 한국만의 시스템 체계만 갖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2~3일 만에 생산되는 동대문 생태계가 뒷받침돼 유관 산업까지 성장 여파가 미칠 것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캐나다구스는 자국에서 100% 봉제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켓 하나에 60~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과 봉제 및 동대문 협단체 등과 소통해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폐섬유 순환 시스템 구축에 힘을 실어야한다. 수박겉핥기식의 지원이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