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바다 밑 쓰레기를 살펴야 하는 이유
배와 충돌, 다친 캐나다 해안 혹등고래 꼬리지느러미 헤엄 포기하고 평영으로 항해 제주도 돌고래도 멸종 직전 … 버려지는 폐기물·쓰레기로 바다 몸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도 들여다 봐야
북태평양 바다에서 고래들의 생태를 관찰해 보고하는 캐나다 환경연구소 비씨웨일스(BC Whales)의 대표 제니 레이(Janie Wray)는 2022년 9월부터 11월말까지 3개월 동안 드론으로 촬영한 혹등고래 이야기를 영국 가디언지에 게재했다.
이 혹등고래는 캐나다 서부 해안을 항해하는 배와 충돌해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등지느러미 부분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허리 뒷부분을 움직이기 불편해, 고래 특유의 꼬리지느러미 헤엄을 포기하고 평영으로만 무려 5000㎞의 기나긴 여정을 항해했다고 한다. 험난한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연구소 직원들은 이 고래에게 달(Moon)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계속 주시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고래와 관련이 깊다. 경남 울주군 암각화에도 새겨져 있듯이 수천 년 전부터 한반도 동해안에는 북방긴수염고래, 귀신고래와 혹등고래가 출몰했었다. 동해안 울릉도는 한국 토종 상괭이가 대량 번식했던 곳이며,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남방큰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동해안에서 사라진 귀신고래나, 북태평양에서 수난 중인 혹등고래와 같이 제주도 돌고래들도 이제 멸종 직전에 있다. 그들이 계속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의 출현과 종말이 생태계 사슬과 자연의 법칙이긴 하나,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자연적 수명을 교란하고 삶을 위협하는 것은 명백하다.
2018년 3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통과된 이후 정부는 국내 수족관에서 키우는 돌고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돌고래 쇼를 원하지 않는 시민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는 변했다. 쇠창살 우리에 갇혀 불안 증세를 보이며 쇠잔해 가는 우울한 동물들을 보며 기뻐할 시민들은 이제 별로 없다.
생태학자 최재천은 돌고래를 보러 수족관에 절대 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돌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자기가 인간에게 잡혀 우리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탈출을 위해 같은 자리를 계속 뱅뱅 돌다 보면 정신 상태가 정상일 수 없다. 먹이를 잡기 위해 초음파를 발사하는데, 수족관 유리 벽에 초음파가 반사돼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하루에도 수백 ㎞를 헤엄치는 돌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에서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2013년 제주도 앞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2022년에도 등지느러미에 선명하게 찍힌 ‘1’자 글씨를 자랑하며 제주 앞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됐다. 고래 촬영 전문가 이정준 감독에 따르면 해가 갈수록 바다 밑 쓰레기가 늘어만 가고, 수질 상태는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
이 감독은 2019년 8월 꼬리지느러미 없이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를 처음 발견하고, 오래오래 살라는 뜻으로 ‘오래’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상어의 습격으로 꼬리가 잘렸을 수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버린 낚싯줄이 몸에 감겨 살을 파고 들어가 근육이 괴사돼 떨어져 나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감독은 보호동물이자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 사체가 제주 해안으로 계속 떠내려오는 것이 이상해 추적한 결과, 남해와 서해에서 물고기를 잡는 거대한 그물 안강망 속으로 빨려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사하는 상괭이들이 매년 5000여 마리가 넘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물고기를 더 많이 더 빨리 잡을 수 있는 기술과 도구를 발전시켜 왔다. 취미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와중에 늘어나는 그물과 낚시도구들, 버려지는 수산업 폐기물과 육지에서 쏟아져 들어가는 온갖 쓰레기들로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을 지나 이제 거의 죽어 가고 있다.
꼬리 없이 헤엄쳐야 하는 돌고래들과 그물에 걸린 상괭이들이 소리치는 듯하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 깊은 속에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여다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