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점주와 본사 분쟁조정 결렬…공정위 제소
점주측 “갑질 끝에 무더기 계약 종료” 본사측 “소비자 경험 향상 위해 불가피”
아디다스와 점주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대표 피터 곽)는 지난 27일로 예정됐던 경기도 공정거래지원센터의 분쟁조정을 전면 거부했다. 아디다스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 측은 “본사가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제시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전원합의체 판결 전날 일방적으로 파투를 냈다”면서 “공정위 제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아디다스의 불공정 행위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방적 계약해지 분통, 집단대응
“아디다스의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아디다스 매장을 운영해온 점주들이 격분했다. 본사의 일방적인 무더기 계약해지 때문이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1월 매장 통폐합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당시 100여 명의 점주 중 20여 명의 ‘퓨처 파트너’만 남기고 2024년 말 모든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점주 A씨는 “설명회는 온통 투자금 얘기였고 퓨처 파트너를 뽑는 사업계획서도 재무상태 점수가 제일 높았다”면서 “결국 거액을 투자하는 소수만 살려주겠다는 방침”이었다고 전했다.
점주들은 “누가 선정되든 대다수 매장이 문을 닫게 되는 결과에 크게 반발했지만 아이다스는 ‘글로벌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일체의 협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38명의 점주들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19명이 지난해 4월 ‘퓨처 파트너’로 선정됐다. 76명의 점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곽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최근 경기도 공정거래지원센터의 중재까지 결렬되며 분쟁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협의회 측 주장에 따르면 아디다스의 갑질은 일방적인 계약종료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아디다스는 온라인 판매수익을 독점하고 인기 제품 공급을 제한하는 등 판매점과의 상생이 아닌 본사 이익에만 치중해왔다. 상품대금 지연금 12% 고금리, 본사 이사의 갑질과 접대 의혹 등이 보도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점주 B씨는 “신상품 부족과 직영점 몰아주기, 코로나 영향 등으로 대다수의 아디다스 매장은 이미 만성 적자 상태”라며 “엔데믹과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본사의 무리한 요구를 참고 견뎠는데 이 타이밍의 구조조정은 정말 점주들을 쓰고 버리는 행위”라고 분노를 표했다.
현재 점주들의 요구사항은 일방적인 계약종료 폐기와 이커머스 운영 복귀다. 이를 위해 협의회 측은 공정위 제소 외에도 불공정약관심사청구, 가맹사업법 강화를 위한 입법촉구대회 등의 다양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다매장 독려 후 D2C 강화…점주들 궁지 몰아
아디다스의 대규모 계약해지 사태는 지난 2021년 독일 본사가 발표한 5개년 성장전략 ‘온 더 게임(Own the Game)’에서 비롯됐다. ‘온 더 게임’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2025년까지 소비자 직접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최근 명동에 국내 최대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D2C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이 아디다스가 그간 국내에서 펼쳤던 다매장 운영방침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아디다스는 2004년까지 운영했던 위탁판매형태의 대리점 제도를 이후 점주들이 본사에서 물건을 완사입해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변환했다. 동시에 원활한 재고 소진을 위해 다매장 운영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 한때 17개의 아디다스 매장을 운영한 B씨는 “본사의 수익극대화와 관리효율을 위해 다매장을 독려해놓고 지금 와서 경영전략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계약을 종료하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짧게는 십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매장을 운영해온 점주들은 특히 아디다스 본사와 신뢰 관계가 부서진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과거 아디다스는 탄탄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브랜드와 매장이 상생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혔다. 점주 A씨는 “코로나 기간 점주들이 적자를 대출로 메꾸고 완사입한 제품을 손해 보고 팔면서도 본사의 세일 정책에 동참했던 것은 그간 쌓아온 믿음 때문이었다”며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분통을 터트렸다.
글로벌 빅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축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이키는 2015년 이미 유통단계를 줄이고 자사몰이나 직영매장에서만 물건을 판매하는 전략을 펼쳤다. 당시 나이키에는 협의회가 없어 많은 점주들이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하고 매장 운영을 종료해야 했다.
다만 아디다스 점주들은 두 회사의 중요한 차이점으로 구조조정의 ‘시기’를 꼽았다. 한때 나이키 매장 3개를 운영했다는 한 점주는 “당시는 경기가 호황이라 아주 섭섭하지는 않게 매장을 정리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 기간 동안 누적된 적자와 선구매 방침을 따른 재고더미에 깔려있는 지금 아디다스 점주들은 상황이 또 다르다”고 전했다.
사회적·윤리적 책임 vs 정당한 경영권 행사
아디다스 측은 이번 계약해지가 “한국 모든 매장에서 소비자들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퓨처 파트너는 장기 사업 계획과 온·오프라인 인프라 및 역량 등을 기반으로 공정하게 선정”했으며 “계약이 해지된 파트너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2022년 1월 고지 이후 3년 넘는 유예 기간을 주었다”는 입장이다. “점주들의 불만을 면밀히 검토했다”면서 특히 “아디다스코리아는 가맹점 사업을 진행하거나 가맹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빠른 시장변화와 다년간의 매출 감소를 감안하면 아디다스의 D2C 강화가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디다스코리아의 매출은 2016년 1조원 가량을 기록한 후 매해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아디다스코리아는 2017년 외감법 제외 대상인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이래 감사보고서나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협의회 측은 “공정거래지원센터 자료를 통해 매출이 곤두박질쳤다는 2021년에도 생각보다 양호한 실적을 확인했다”면서 “아디다스가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글로벌 본사의 이익을 위해 점주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맹계약관계가 아니라는 아디다스 주장에 대해서는 “본사가 모든 부분을 관리 통제하고 온라인 수수료도 받았다”면서 “가맹사업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해 꼼수”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