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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이션 시대, 럭셔리·스포츠 고객 잡아라

지금까지 보지 못한 소비 양극화 심화 우려 5월 소매업 매출, 백화점 성장하고 마트 하락  위기가 뉴노멀인 시대를 준비하라

2022-07-14     정정숙 기자

“소비재 기업들은 ‘위기가 새로운 표준이 된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기후 변화, 글로벌 식량 위기와 싸워야 한다.”(유니레버 CEO 엘런 조프)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경제 규모는 줄어들고, 실업률은 늘고, 소득은 줄고, 물가만 오르는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찾아오는 것이다.”(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하반기 전세계 글로벌 경기가 냉각되고 국내는 인플레이션을 넘어 리세션(경기침체)에 빠진다는 전망이 예고돼 섬유패션기업들은 옷값을 10% 내외로 올리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기업들은 하반기 보복소비를 기대하는 한편, 허리띠 졸라매기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본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패션과 산업 및 소비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전문가들에게 2022년 하반기 섬유패션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들었다. ▶관련기사 7·10·12면 PDF참조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맞는 기업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해외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한국 섬유패션기업들은 유연한 조직과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 파악 및 탄력적인 공급대책 마련 조치가 필요한다”고 말했다.

우홍주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교수는 “하반기에는 원가와 공임비 같은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는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며 “기업들이 해외생산 리스크를 막기위해 보험을 들거나 안전한 공장을 찾고 국내공장을 찾는 부수 비용도 물가상승에 일조한다”고 말했다.

추호정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교수는 고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패션 분야 소비 위축이 예상되고 인력 부족 현상까지 초래한다고 전망한다. 그는 “원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은 이를 통제할 수 있어 다소 유리하고 스몰 브랜드에게는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위축의 타격을 크게 받는 산업 분야는 소비재인 섬유패션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겪지 못한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고 있고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목적성에 맞는 보복 소비가 유지된다고 전망했다. 고소득층은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중산층 더욱 저렴한 상품을 찾고 저소득층은 지갑을 거의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홍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비 검열을 하고 절제한다는 절감 소비(Anti Consumption)에 비유했다. 중고 리셀 시장이 성장과 명품의 럭셔리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들은 코로나를 3년간 겪으면서 ‘인풋’ 대비 ‘아웃풋’이 있는지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이나 소비자의 투자·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물가시대는 소비자들이 높아진 물가를 경험하고 상품 가격에 놀라 구매를 꺼리는 ‘스티커 쇼크’가 나타난다”며 “이는 보복소비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호정 교수는 “코로나 이후 럭셔리 브랜드 부상과 이커머스 및 스포츠 부상이 가장 큰 변화중 하나다”며 “이 과정에서 유통과 기업들에게 온오프라인 연결성이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소비 욕구가 명품과 온라인, 스포츠에 쏠렸다는 것이다. 

소비 양극화 현상은 국내외에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백화점의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12.9% 늘어난 반면 대형 마트는 8.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인플레이션 상승과 고물가 영향으로 중산층의 소비심리가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가 된다고 전망한다.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상품을 사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 확립 및 경영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소비의 주축인 중산층과 언택트가 뉴노멀이 된 MZ세대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호정 교수는 “개성과 스타일이 좋은 스몰 브랜드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악재가 될 수 있다. 럭셔리와 PB상품군 중간에 포지셔닝된 내셔널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스몰 브랜드는 상품 수량이 적고 비즈니스 구조가 취약해 원가상승률 압박에 높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MZ세대 영향력은 여전히 지배적이고 지속적으로 커진다”며 “코로나를 거치면서 디지털 소비 형태에 대한 학습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