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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칼럼] 코로나 버텼는데 유통갑질은 못버티겠다

엎친 데 겹친 중소기업의 한숨 MD 개편만 되면 나오는 갑질 점점 짧아지는 입점 계약 기간 현장의 표준계약서에 문제 없지만 현실은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2022-07-14     정정숙 기자

백화점 MD 개편이 시작되면서 다시 유통 갑질 논란이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MD개편을 가속화하면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현대를 비롯해 롯데와 신세계는 백화점과 쇼핑몰 의 입점 브랜드를 바꿔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대구점, 남양주점, 잠실점, 중동점 등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MD 개편을 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현대그룹이 더현대서울을 통해 새로운 체험형 복합쇼핑몰 형태를 보여주고, MD세대를 겨냥해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올 12월 대구점을 더현대대구로 리뉴얼할 예정이다. 2020년 11월 문을 연 현대아울렛 남양주점은 2년사이 또 다시 개편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경기도 화성시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MD 개편 소식이 들려온다.

백화점은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성장일로에 있는데, 백화점에 입점한 많은 중소기업은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숨통이 트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5월 유통업체별 매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9.9%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3사 해외 패션 부문은 20~30%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A사는 모 백화점에서 1~2개월 안에 매장을 빼야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올 4월부터 매출이 오르고 있고, 하반기 보복소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매장을 빼고 싶지 않다. 같은 층에서 매출이 잘 나오는 편이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 같은 복종군이 한꺼번에 층을 바꾸거나 퇴점되기도 한다.  

입점사는 유통사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갑질이 있어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위반 행위를 신고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A사는 여러 백화점과 쇼핑몰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쇼핑몰 등의 대형 유통사의 갑질은 해묵은 논란으로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A사는 백화점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에 1억원 이상을 썼다. 이럴 경우 기업은 손해가 크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장을 더 오픈해야하는데 확장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비용 뿐만 아니라 직원 인건비,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몇 억씩 손해가 난다.  

문제는 더 큰 곳에 있다. 유통 3사가 MD 개편을 하면서 국내브랜드 퇴점이 늘고 명품 등이 그 자리를 채운다는 것이다. 또 퇴출이나 리뉴얼 압박 및 층간 이동이 2년에서 1년, 최근에는 몇 개월 단위가 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유하는 표준계약서는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B사는 매장을 여러개 운영하고 있어 유통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B사의 경우 백화점 직원이 ‘경영사의 이유로 매장 운영을 못하게 됐다’는 문구를 써서 공문으로 보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 같은 퇴점이나 축소 압박을 받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유통 본사에 공문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B사처럼 계약서 상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입점사들은 통상 인테리어를 하면 5년은 브랜드를 유지해야 비용효과를 볼 수 있다. 1~2년 안에 매장을 빼면 수익이 마이너스가 난다. 회복기에 접어든 시점에 퇴점 및 리뉴얼, 층간 이동 종용은 중소기업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또 몇몇 백화점과 쇼핑몰은 1~2년 정도 밖에 안돼 인테리어 비용을 다 날려야하는 판이다. 특히 홈쇼핑의 경우 황금채널 사수를 위해 웃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물밑에서 이뤄지는 갑질 사례다. 

유통의 업태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에는 정부의 더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어야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엎친 데 겹친 격에 놓인 중소기업 대표의 한 숨소리가 귀전을 때린다. 전대미문의 일들이 일어나는 요즘, 상식이 통과는 상거래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