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순수해서 더 창의적인 아이들의 상상력
업사이클 ‘오운유’와 하티스트는 자투리천 사용해 아이들의 동물 그림을 쿠션에 적용 환경 소중함 배우고 실천하는 크리에이터 순수는 세상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디지털 사진 저장과 인화 서비스에서 세계적인 미국의 셔터플라이(Sutterfly, LLC)사는 올해 초 자사 홈페이지 커뮤니티에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올려놓았다. 자녀의 예술 작품을 뜻깊은 선물이나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아홉 가지 방법에 대한 상세 설명이다. 아이들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액자나 카드, 사진첩, 노트 등 평면적 제품의 이미지로 입히는 간단한 것에서부터 목걸이나 팔찌, 맞춤형 접시, 머그잔, 퍼즐과 같이 입체 작품에 실사로 붙여 기념할 만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꽤 쓸만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유독 마음에 드는 하나가 맞춤형 베개이다.
사랑스러운 자기 아이 그림으로 가득한 베개를 생일이나 어버이날 선물로 받아든 부모들 얼굴에 퍼지는 행복한 미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업사이클 기업 ‘오운유(OWNU)’는 제일모직의 사회공헌 스토어 ‘하티스트’와 함께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사용해 아이들의 동물 그림 이미지의 쿠션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운유는 아이들 그림을 그대로 제품에 붙여넣는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원작을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맡겨서 아이들의 엉뚱하고 기발한 표현을 디자인 모티브로 지갑, 마우스패드, 파우치 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생산한다. 버려지는 가죽 자투리를 모아 재료로 쓰기 때문에 질감과 색상도 화려하다.
한 뼘도 안 되는 자투리 폐가죽과 폐원단을 모아 매년 1톤 넘게 재사용해 환경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넥스트젠 디자인 어워드에서 액세서리 분야 1위를 수상해 디자인 실력도 인정받았다.
제품 포장 뒷면 상품설명서에는 원본을 그린 아이들 이름이 당당하게 적혀있다. 1호 작품을 그린 안지혜 대표의 귀여운 딸 온유 양, 2호 캐나다의 아라, 션 남매와 3호 일본의 유이 양까지 국적도 다양하다. 어릴 때부터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고 실천하여 평생 그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갈 스페셜 크리에이터들이다.
어른들이 아이들 그림을 보면 실제와 달리 균형이 맞지 않아 이상함에도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사물을 단순하고 함축적으로, 핵심적인 요소만을 강조해 기발하게 그려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다솜이가 묘사한 지하실 남자의 얼굴도 어른들에게는 침팬지 모습이었다.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은 자기가 발견한 사물의 놀라운 순간을 그대로 화폭에 담는다. 펭귄의 원통형 몸매와 삐죽한 입, 갈기가 사방으로 날리는 사자, 눈만 부리부리한 부엉이, 배가 불뚝한 물고기를 재치 있게 표현한다.
이처럼 거칠게 살아있는 모습을 정돈해 유니크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엉뚱 발랄한 모습으로 매장에 진열된 소품에 어른들이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 하얀 도화지 위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며 꿈꾸었던 상상의 세계. 오운유가 만든 업사이클 제품을 집어 드는 순간, 누구든 한번쯤은 지나왔을 법한 추억의 그 길을 다시 걷게 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의 저자 윤현희는 예술 작품 속에 들어있는 화가의 내면세계를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은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작자가 겪었을 기쁨과 슬픔, 행복과 고통의 여정을 함께하게 되고 동시에 자기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미술과 심리가 만나는 지점이다.
아이들은 순수해서 더 창의적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힘이 아이들에게는 있다. 유아용품 사용자는 어린이지만, 구매자는 어른이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은 키즈 마케팅이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부족한 상상력을 아이들에게 빌리려는 노력은 겸손함이다. 순수는 세상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며, 그 힘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