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남에게 알리기만 급급한 ‘지속가능 경영’ 

‘환경·사회·투명’ 경영으로   문체부 국립국어원 선정 ESG 경영, 이젠 쉬운 우리말로  보여주기 식은 없는지 살펴야 오른 손이 하는 일, 왼 손도 남도 알게 

2022-01-21     김임순 기자

ESG 경영, ‘환경·사회·투명 경영’이라고 쓰자. 19일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이에스지(ESG)경영을 이같이 쉬운 우리말을 선정 발표했다. 패션비즈니스 경영 환경이 일상화되고 편안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면, 보여주기 식도.   

‘환경 사회 투명’경영, 이는 앞으로도 비즈니스 향방을 가를 척도이자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시대적 요구이기에 일반화된 우리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만큼 생활 속에서 손쉽게 적응하고 바르게 찾아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용어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기 이전부터, 우리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물 아껴 쓰기’ ‘사람차별 하지 말고 이웃을 도와야 한다’ 등등.

상식적 규범들이 있어왔다. 투자자 소비자 사회가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단어다. 글로벌 기업이 친환경적 비즈니스를 위한 표준이 필요하고 전반적으로 투자의 측면도 책임 있는 투자를 하자는 데서 생겨난 개념이다. 

패션업계가 재활용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마케팅을 적극 펼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키기에 열중한다. 어떤 때는 모순되는 상황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비건 가죽은 동물가죽이 아닌 것은 맞지만, 주요 재료가 PVC 합성물로 제조와 폐기과정에서 다이옥신과 합성물질이 방출된다. 이는 생분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가짜 ESG라는 거다.

이와는 다르게, 물을 절약하는 지속가능 노력은 실제 많아졌다. 도심과 떨어져 있는 청바지 워싱 공장은 수없이 많은 량의 물을 필요로 한다. 빛바랜 청바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7000L의 물과 32.5KG의 이산화탄소 발생은 워싱 등 주요 공정과정에서 나온다. 동두천에 위치한 신진워싱은 이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물을 절약하기위해 워싱 공정을 없애거나 축소했다. 단 한 번에 걸친 오존 염색으로 빠르게 완성시킨다. 5년간의 뼈아픈 개발과정을 통해 발굴해낸 기술로 탄생시켰다.

항균원사 볼트론 소재 티셔츠는 어떤가. 바닷물에 미세 플라스틱이 대량 검출되고, 우리가 마시고 먹을 물이 오염될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 물 사용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세탁을 줄이는 것이다. 볼트론 원사로 만든 티셔츠나 양말은 최소한 1주일이상은 신고 입자. 최대 10일은 세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원사이기에 가능하다.

이렇게 노력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보여 주기식의 가짜 ESG가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짜 ESG 브랜드들이다. 신진워싱은 진짜 지속가능 제품을 만들어 내고도 인증마크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한다. 볼트론  원사는 기능성은 좋은 데 단가가 비싸다고 한다. 오더를 못 받을지언정 가짜를 내놓을 수 없다.

우리 패션산업계를 떠받치는 수많은 현장 개발자들이 편안하게 기술을 인정받고 대우 받을 수 있는 사회는 오는 것인가. 굳이 생색을 내고 행동해도 믿어줄 사람들이 드물고 선행을 빙자한 짝퉁들이 도처에 판을 치니, 정작 꽃길을 걸어야할 천사의 발걸음은 사막을 걷는 것과 같다.

남을 돕는답시고 화려한 홍보영상 찍어대며 동정표로 긁어모은 돈이나 상품을 기부단체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여전히 존재하면서 지속가능 기업임을 제고시키는 아리송한 기업도 더러 있다. 디자이너를 기용, 제품을 직접 생산케 한 다음, 시즌 종료 후 재고상품을 급여로 처리한다. 나쁜 기업 전형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도 있다. 선행의 목적이 ‘칭찬’을 위해서가 아님을 명시한다. 남에게 ‘알리기 위한 선행’을 경계한 것은 아닐까. 세상엔 비밀이 없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남도 알게 하자는 주장도 일상화되고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