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의존도 높은 모피, 공간에 새로운 가치 부여” - (주)진도 신임 임병남 대표
진도가 변화의 중심에 섰다. 최근 진도는 임오식 회장에서 임병남 대표체재로 2세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 몇 년간 모피업계는 큰 진통을 겪어냈다. 퍼 프리를 선언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확산과 원자재 값의 폭락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대중화된 모피로 희소성이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재편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꾸준한 자에게는 항상 기회가 돌아온다. 잠시 숨고르기를 마친 모피명가 진도는 현 시대상과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취임 후 진도 내부 변화 중 큰 흐름은 무엇인가.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떠한 부분에 주안점을 뒀나.
“우선 조직 개편이 이루어졌다. 인원 감축이 아닌 기존 인력의 재배치와 신규 인력의 수혈도 함께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진도에서 장기근속하며 매년 옥션 참여와 국내외 모피 업계의 통찰력을 가진 한성훈 이사가 신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TF팀에 배치돼 새로운 관점으로 시장 개척에 주력한다.
진도의 신규 사업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할 예정이다. 디자인실의 변화도 있다. 20년 이상 근무한 이명수 이사가 진도 전 브랜드 상품 기획을 총괄한다. 신규 브랜드에 대한 인력 수혈과 전문 인력 활용에 집중한다. 마케팅과 VMD 인원 보강을 통해 비주얼라이징 강화와 디지털 마케팅에도 주력하려고 한다”
-올해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신사업에는 무엇이 있나.
“크게 고가 라인 런칭을 통한 럭셔리 시장 진출, 아콤플리어(ACCOMPLIR) 복합매장 확대와 라이브커머스 활성화가 될 것이다. 컨템포러리 감성의 시니어 브랜드 신규 런칭도 고려중이다.
진도모피만의 강점은 살리면서 세이블(sable)을 강화한 럭셔리 상품군을 내세운 ‘소브린(SOVEREIGN)’을 런칭한다. 과거 소브린을 전개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어떠한 점을 간과했나부터 시작했다. 당시 수입에 의존했던 완제품 수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고가였던 만큼 소량 수입으로 운영했는데 물량이 빠지면 다시 리오더하기까지 리드타임이 오래 걸렸다.
유럽시장에서 당시 한국은 다소 저평가 돼 있었던 요인도 있었다. 현재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히스토리와 기술력을 가진 굴지의 이태리 모피 전문업체와 코웍을 통해 디자인 공동개발과 생산에 돌입한다. 이태리는 국내 기술력으로는 다소 부족한 염색 기술과 감각적인 세이블 제품의 생산을 도맡는다.
이태리 전문 업체는 진도와 한국 시장 독점 진출로 서로 윈윈구조를 형성했다. 올해 준비단계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시장에 진출한다. 백화점 내 럭셔리 고객 비중이 높아진 만큼 ‘메이드인이태리’를 선호하는 명품소비 고객을 겨냥해 희소성 있고 감각적인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이나 그리스에서도 생산한 세이블 제품과 프리미엄 아우터, 세이블콤비, 캐시미어 니트 등으로 승부수를 건다.
모피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높다. 아콤플리어 복합매장은 다양한 고객 니즈를 수용하기 위해 지난해 코로나 여파에 기획됐다. 다양성을 선호하는 현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했다. 진도모피, 엘페, 끌레베, 우바, 진도로쏘 등 전 브랜드를 상권과 소비 특성에 따라 다채롭게 편집한다.
진부함을 줄이기 위해,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있게 쇼핑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부여했다. 모피업계에서는 다소 센세이션한 변화였다. 시즌성 있는 상품으로 비수기와 성수기가 극명했던 취약점을 보완했다.
우븐 제품, 각종 소품 및 액세서리를 함께 선보이는 형태로 매장을 재구성해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현재 11개까지 확대했으며 8월 롯데 동탄점을 필두로 지속적인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
-진도에게 새로운 도전이 있다면. 모피시장의 전망은?
“그동안 숨고르기를 했다면 변화와 투자 단행으로 본업과 본질에 더 충실하기 위한 전략을 짠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한국모피 디자인에 대한 중국 시장의 선호도가 높다. 할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이 높다는 뜻이다.
현 소비 시장의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라이브커머스 채널 진출을 통해 국내외 더 다양한 고객을 만날 예정이다. 시장 양극화에 따른 투트랙 전략 중 하나다. 이 시장은 풍성한 컬러와 가격 저항선을 낮춘 접근성 있는 상품 비중을 높여 대중적으로 진도모피를 알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피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함께할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동물의 복지를 고려한 윤리적 방식의 생산과 남은 짜투리 원단은 최대한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친환경적인 움직임도 많다. 이렇다보니 자연적으로 생산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다시 원자재가가 오르고 장기적으로 희소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군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오래쓰고 생분해되는 자연친화적 특성에 대한 마케팅과 희소성 있는 가치를 부각시켜 고객과의 오래된 호흡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외 모피 시장의 재편도 빨라지고 있다. 진도라는 브랜드력과 감각으로 패션의 자율적인 스타일링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타겟을 좀 더 세분화해 시장을 촘촘히 공략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갈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