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화하는 온라인 핸드백 브랜드, 생존을 모색한다

화려한 콘텐츠로 소비자 각광받았지만 독특함 잃고 비싼 마케팅 비용에 몰락

2021-07-02     최정윤 기자

#핸드백 브랜드 르마스크 직원들은 사무실 겸 와인바에서 근무한다. 모든 직원은 오후 4시면 퇴근하고, 5시부터 사무실은 와인바로 변한다. 르마스크 팬이기도 한 손님들은 핸드백을 메고 와인바에 놀러온다. 브랜드 가방을 메고 오면 음식 가격을 20%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저녁을 즐기러 온 손님들은 와인바 창문 한쪽에 놓인 신상 가방과 주얼리를 구경하고 착용해본다.

오프라인 브랜드 위주인 가방 시장에 온라인 기반 가방 브랜드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온라인 기반 신생 브랜드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가방시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격적인 바이럴마케팅으로 성장했던 브랜드들은 하나둘 규모를 줄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2,3년차 신생 브랜드들은 생존을 올해 목표로 정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신생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지 2년만에 사라지는 인스턴트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화려한 콘텐츠와 대중적 인기로 시장에 진출한 신생 브랜드들은 유사한 디자인과 낮은 품질로 독특함을 잃고, 비싼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축소해체하는 수순을 밟았다.

런칭한지 2년이 넘은 신생브랜드들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돼야 오랫동안 살아남는다고 분석해, 타 브랜드와 겹치지 않는 디자인과 퀄리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고객 유입보다 재구매율을 높여야 살아남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르마스크와 스탠드오일도 치열하게 피드백을 보완하며 성장해온 온라인 기반 신생 브랜드다. 르마스크는 디자인을, 스탠드오일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르마스크와 스탠드오일은 수시로 내부 조직 운영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 연령대가 낮은 신생 브랜드일수록 직원 간 업무 분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표는 회색지대를 정확히 판단하고, 팀 간 충돌이 발생했을 때 감정적인 다툼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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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마스크
원가분석·예산통제 못하면 실패해

르마스크는 약 2년 전인 2019년에 비건가죽 소재를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딩을 시작했다. 르마스크 박경민 대표는 GS홈쇼핑에서 가방 MD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고, 약 5년간 제조 경험을 쌓아 2019년 네이버 디자이너윈도로 르마스크를 알렸다.

박경민

창업 초기에는 가방 제조와 마케팅에 쓰이는 돈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3개월만에 약 1억원을 써버렸다. 디자인과 소비자 분석에는 자신 있었지만, 가방 설계를 파악하고 마케팅 비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은 눈에 띄는 이미지 콘텐츠와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 독특한 디자인과 높은 퀄리티를 모두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경민 대표는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과 마케팅, 품질 확인을 모두 직접 맡는다. 박 대표는 “명품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는 똑똑해져 더 이상 명품 카피를 사지 않는다”며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독보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며, 르마스크 팬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기능이 생긴 뒤로는 직접 라이브 방송에 쇼호스트로 출연해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 르마스크 디자이너윈도 라이브방송에는 1만2000여명이 매 방송마다 참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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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오일
결론은 디자인과 퀄리티

또다른 온라인 기반 신생브랜드 스탠드오일은 2018년 런칭해 차근차근 재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스탠드오일을 운영하는 코자는 2014년 법인 전환해 합피와 가죽소재 상품 OEM과 ODM을 맡아 가방 제조 경험을 쌓았고, 첫 테스트 브랜드로 스탠드오일을 런칭했다.

자체

스탠드오일은 생산공장과 쌓은 신뢰로 최소수량보다 적은 수량인 스타일당 50개로 첫 상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첫 테스트를 시작하기에 적당한 수량이었지만, 소비자 마음에 드는 가방을 만드는 데까지는 많은 시도가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결국 디자인과 퀄리티를 높여야 소비자가 다시 가방을 구경하러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스탠드오일은 4명의 디자이너로 이뤄진 디자이너팀이 가장 큰 권한을 갖고 있다. 제품 디자인과 콘텐츠 기획, 생산조율까지 함께 맡고 있다. 

스탠드오일 박건도 공동대표는 “생산을 맡으면서 오너가 혼자 모든 작업을 맡는 디자이너브랜드가 살아남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오너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에 스탠드오일은 팀을 나눠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표가 조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생산팀과 디자인팀 의견이 부딪힐 경우, 대표가 이를 조율해 최종 판매율이 높은 방향으로 전략을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