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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호 디자이너 - 패션 열정을 예술의 경지로, 화가 데뷔!

‘패션, 회화, 그리고 사유의 확장’ 초대전  해외 주요 패션도시에서 작품 전시회 꿈꿔

2021-03-19     이영희 기자

“제가 원래 색(色)을 밝히는 디자이너랍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날, 대구 최복호 디자이너의 패션복합문화공간 ‘나나랜드’를 찾았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반세기 가깝게(48년) 활약해 온 최복호 디자이너가 화가로서 데뷔전을 치른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오는 3월 30일부터 4월 11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초대전 ‘패션, 회화, 그리고 사유의 확장’을 펼친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평소 “나는 음식의 간을 맞추듯 문화와 문화, 패션과 섬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자연과 사람의 간(間)을 맞추는 문화디자이너이며 문화 독립군”이라 자처해왔다. 이번 초대전은 패션에 투영시켜 온 내면의 열정과 사고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하고 마침내 사유의 확장을 실현해 가려는 디자이너이자, 화가, 아티스트로서의 의지를 담고 있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화려한 원초적 색상을 즐겨 사용한다. 사람도, 색도 분명하고 매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최복호의 생각이다. 작품은 어김없이 빨강, 노랑, 주홍, 파랑 원색으로 가득하다. 동심의 세계를 읽듯 순수하고도 묘한 원색이 주는 매력이 있다. 거칠고 거침없지만 따뜻함과 부드러운 터치감이 가슴과 시야를 환하게 해 준다.

“매일 아침 청도 ‘펀앤락’으로 출근, 오전 업무를 하고 오후에 ‘나나랜드’에 오면 종일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만의 색을 오롯이 쓸 수 있어 늘 행복하고 흥분했습니다.”

패션의 컬러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지만 작품속에선 오로지 자신만의 색을 쓸 수 있는 희열감이 있었다고 했다. 꽃을 그려도 패션인 듯, 인체드로잉의 힘있는 선이 나왔다고 한다.

비록 늦게 출발한 그림이지만 하루에 수십 장의 밑 작업을 하면서 실패를 반복하고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넓게 보면 패션도 회화의 장르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을 충전해 가고 있다.

“제 작품에 묻어 나오는 색상은 디자인의 단순함과 화려함이 함께 표현되는 것이지요.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일 신바람이 납니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머지않아 패션쇼를 했던 도쿄, 런던, 파리, 뉴욕으로 이제는 미술작품을 들고 전시하러 갈 생각에 흥분하고 있다. 벌써 초대전에 이어 제2, 제3의 전시회 초청이 들어오고 있고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저는 평생 예술과 창작에 살다가 역마살과 친구가 돼 생을 마감하리란 예감이 듭니다. 지금의 행복감에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1973년 첫 패션쇼에서 ‘의처증 환자의 작품D’와 ‘공해 오염 분해기 의상’을 출품해 데뷔때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섬유의 도시 대구에서 지역 패션발전은 물론 해외시장에 진출, 한국 패션을 대표하는 선발주자로 활약해 왔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대구패션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면서 대구지역 패션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2008년 경북 청도에 문화연구소인 펀앤락(Fun & 樂)을 개관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해 오면서 패션디자이너에서 문화디자이너로 변신을 시도해 왔다. 개그맨 전유성과 함께 마련한 ‘전유성 잡담쇼’에서는 국내 정상급 가수들과 지역민들이 격이 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2019년, 서문시장 이불 골목에 80년된 제분공장을 개조해 나나랜드(NANALAND)를 개관해 가는 곳마다 문화와 예술의 소통 공간을 탄생시켰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하루에 수십 점의 드로잉 작업을 하며 내면에 감춰왔던 예술의 열정을 맘껏 뿜어 냈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최복호는 패션과 미술의 관계성을 넘어서 두 장르가 하나의 예술로 융합된 모습에서 형(形)과 색(色)의 조화를 이뤄가고 있다” 면서 “화가의 관점에서 사물의 본질을 바라보고 깊은 사유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그의 작업 태도는 대상을 심안으로 바라보고 감각으로 표현하려는 치열한 창작정신의 발현으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고 작가와 작품을 보는 시선을 말했다.

최복호(CHOIBOKO)는 국내 백화점에서의 고정고객 확보는 물론이고 청도 ‘펀앤락’과 대구 ‘나나랜드’를 통해 마니아들과 만난다.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 최근 중동 바이어로부터 충분한 물량의 오더를 수주했다. 든든한 2세 경영인 최주영 대표를 믿고 최복호 디자이너는 이제 색을 꿈꾸고 색과 소통하는데 전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