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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흔드는 MZ세대 파워 - “2살 많은 상사가 진짜 젊은 꼰대”

수평 조직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 과거형 리더십 답습하며 조직 갈등 공감 능력 부족한데 인정 욕구 높아

2020-10-16     최정윤 기자

“자기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꼬리물기하는데 결국 마무리는 ‘공부 좀 해라’. 야근 수당도 없는데 잔소리 듣다가 1시간 늦게 간 적도 있습니다. 하아…퇴사하고 싶네요.”

네이버 취업 카페 독취사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젊은 인재들이 대거 팀장급으로 유입되면서 패션업계에도 ‘젊은 꼰대’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30대 초중반의 젊은 꼰대는 직장 내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과거 꼰대와 다르다. 이들은 주로 ‘책 좀 읽어라’고 하거나 ‘테드(TED) 강연 내용을 따라야한다’고 강요한다.

직원

‘꼰대’는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권위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다. 지금의 5060대인 베이비부머를 가리켰다. 2018년 전후로 국내 애자일조직(고객 중심 대응조직) 문화가 적극적으로 도입됐고, 젊은 인재들이 책임자급이 되면서 ‘젊은 꼰대’라는 새로운 분류가 등장했다.

5060 꼰대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자랑하고 아랫사람을 압박하는 반면, 젊은 꼰대는 자신이 아는 지식을 기반으로 권위적으로 행동한다.

젊은 꼰대들은 이상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무조건 유명 실리콘밸리의 CEO가 쓴 책을 따라야한다거나 성공한 스타트업을 지향점으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2030꼰대는 비교적 부족한 경험을 지식으로 메꾸고 밀어붙이면서 팀원과 소통이 단절된다.

한 패션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근무해봤는데, 꼰대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며 “사고가 자유로운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이 달라도 (타인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젊은 꼰대의 특성을 세가지로 꼽았다.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 욕구가 높으며, 공감 능력이 낮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주요 직책을 맡기 때문에 부담이 크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높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에게 얕잡아보이지 않으려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옳다고 말한다.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져 고정된 업무방식을 반복하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자신이 직접 분석하고 판단해 꼰대식 조언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수직 체계에서 업무를 배운 젊은 인력이 수평 조직에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스타트업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모인다. 수직 보고식 체계에서 일을 배운 직원이 수평 조직에서 과거형 리더십을 답습하면서 ‘젊은 꼰대’ 문화가 시작되는 셈이다.

장 대표는 완전히 수평화되지 않은 조직이 수평 문화의 일부만 도입해 운영하면서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화를 신고 원하는 시각에 출근하는 모습만 보고 수평 조직 체계를 덧붙이다보니, 애자일 조직이 갖는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간 경계없이 프로젝트 단위로 팀이 구성된다. 상사 중심 조직이 아닌 고객 요구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자율적 단위조직이다. 스타일쉐어, 서울스토어, 무신사, 29CM 등 수평 문화를 도입한 패션플랫폼이 주목받으면서 패션업계도 제대로 된 수평문화를 정착시킬지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패션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좋지만, 체계적이지 않아 퇴근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업무 책임이 불분명하고 업무 마무리 단계에서는 대표가 말단 직원의 일을 간섭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패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업무는 마무리되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기한이 다가오면 지시가 수시로 바뀌어 퇴근할 수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수평 조직의 리더는 전체를 ‘조율’하는 정원사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팀장급 중간관리자들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우고 지원해야지, 믿고 방치하거나 모든 것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