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시니어모델 지망생들은 ‘열린 지갑’인가?
대한민국에 부는 시니어모델 광풍 양성기관·선발대회 ‘우후죽순’격 노개런티는 당연, 자아실현이라고? ?“우리는 이대로 아름답다” 응원도 선의와 정도 회복, 방향등 점검할 때
대한민국에 시니어모델 광풍이 불고 있다.
전직 교사, 교수, 예술가, 주부, 경영인,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등 경력도 다채롭다. 경영난을 겪고 있던 모델아카데미들은 일제히 시니어모델 양성과정을 개설했고 주요대학 평생교육원에서도 앞다퉈 시니어모델과를 만들었다.
연중 시니어모델 선발대회가 이렇게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수요대비 공급이 과히 ‘폭발적’수준이다.
시니어모델 만의 무대는 없다. 다양성의 시대에 각양각색의 연령대와 개성있는 모델이 런웨이를 장식할 수는 있겠지만 그 수요는 한정적이다.
“수입은 거의 없어요. 자아실현이라 할 수 있지요”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 여성시니어 모델의 말이다.
모델아카데미에서의 교육비용은 만만치 않다. 인생 2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라 하기에도 요즘같은 불황에는 부담스런 수준이지만 수강생은 늘고 있다. 이와 연관해 시니어교육양성자 과정도 생겨나면서 ‘시니어패션교육’은 하나의 교육사업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모델아카데미나 교육원 입장에선 수료과정에서 예비 모델들을 런웨이에 데뷔시켜야 하다보니 디자이너측에 댓가를 제안하는 헤프닝이 벌어진다. 모델의 데뷔값을 치르는 것이다. 때로는 데뷔모델들이 자신이 입을 의상을 구입하기도 한다.
시니어모델들이 개런티를 받지 않고 패션쇼나 각종 행사에 등장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노개런티의 시니어 모델을 활용해 패션쇼를 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선로에서의 탈선이 곱지않은 시선을 갖게 한다.
패션쇼는 디자이너의 패션철학과 고객에 대한 존중을 담아 트렌드를 전달하는 ‘종합예술’로 불리운다. 모델들은 의상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시니어’여서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들만의 리그는 없다’는 말처럼 ‘시니어만의 무대’는 없다.
“신청비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메이크업과 의상대여비까지 지출해야 되는 비용이 계속 생겨요” 최근 한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한 지원자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시니어모델을 발굴, 육성하는 목적이 아니라 대회만으로도 주최측이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인 셈이다. 이렇듯 수상경력을 가진 시니어모델들이 다수 배출되니 웃지못할 헤프닝이 속출된다.
패션쇼는 매 시즌 새로운 의상을 통해 트렌드를 제안하는 것인데 이미 발표된 의상들이 시니어 패션쇼에 계속 등장하는가 하면, 관객보다 동료 시니어모델들이 더 많은 사례도 있다. 없는 무대를 만들어가니 ‘자아실현’ 명목아래 ‘학예회’수준의 패션쇼가 난무하고 있다.
교욱을 받다보니 자세가 좋아지고 대인관계도 넓어져 우울증을 극복했다든가 매사에 자신감이 생겨 인생 2막의 귀한 에너지가 됐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또한 동아리를 형성해 의미있는 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려는 시니어모델들의 움직임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엄마들의 SPA브랜드’를 지향하는 ‘몬테밀라노’의 오서희 대표는 “시니어패션쇼를 넘어서 휴먼쇼를 만들어 가겠다”며 시니어모델들이 등장할 대형패션쇼 무대를 추진하고 있다. 시니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데뷔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위로를 주는 패션쇼’를 진행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우리는 이대로 아름답다’는 캠페인과 함께 건강한 시니어문화를 정립하겠다는 각오여서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꿈을 실현하려는 시니어들을 ‘열린 지갑’으로 봐서는 안된다. 교육, 매니지먼트, 패션 관계자들은 ‘선의’와 ‘정도’를 회복해야 한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하고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시니어계층이 핵심 소비층으로 파워를 형성하고 있는 이 때, 방향등을 올바로 켜고 있는지 재점검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