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회장 - “마지막 한사람 반대까지 설득하며 100% 찬성 이끌어 냈다”
신임 회장 선출과정 및 업계 현안에 담담한 소회 담아 답변 빠른 현안 파악과 해결 위해 회장직 인수인계 서류로 남겨
퇴임을 앞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성기학 회장을 28일 만났다. 이날 1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성 회장은 지난 6년간 회장직을 수행하며 느낀 점을 비교적 담담한 소회를 담아 밝혔다. 아울러 차기 회장 추대 과정과 그 사이 있었던 논란에 대한 의견도 함께 밝혔다.
그는 “회장 자리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하는데 한계가 있더라. 일하는 시간도 한정돼 있고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며 “이제는 좀 시원하고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이상운 신임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논쟁과 관련, “(7월 14일) 섬산련 임시총회에서 반대 의견들이 있었다. 당시 끝까지 반대한 사람 한명까지 모두다 설득해 만장일치 찬성을 얻어 냈다”며 “의견 발표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모두 의사를 개진하게 하고 설득하면서 100% 동의를 얻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임 이상운 회장이 비오너 기업인이라는 한계에 대해서는 “오너보다 오히려 전문 경영인이 섬유패션산업을 바라보는 안목이 더 좋을 수 있다”며 “앞으로 업계가 힘을 합쳐줄 것”을 당부했다. 성 회장은 “효성은 우리나라 섬유산업에 대한 비중이 큰 회사다. 이상운 신임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능력과 인품이 아주 훌륭한 분이다”고 덧붙였다.
성기학 회장은 신임 회장이 빠르게 업계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이번에 처음으로 회장직 인수인계와 관련된 문서를 정리하고 넘겼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이전에는 (섬산련) 회장직 인수인계 과정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주요 이슈를 간추려 차기 회장에게 넘기려 한다.
이미 작업이 다 끝난 상태다. 신임 회장이 ‘퀵 스타트’를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상운 회장은 업, 미들, 다운 스트림까지 모두 잘 아우르고 나갈 수 있는 분”이라며 “특히 중소기업과 다운스트림을 잘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두번째 임기 후반 내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와 관련 성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현재의 복잡 다단한 임금 체계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전 기업들이 임금 체계를 단순화할 수 있게 시간을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기업은 사람을 계속해서 채용해야 하는데 복잡 다단한 임금체계가 문제가 돼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임기중 가장 큰 오점이 된 섬유센터 재건축 무산에 대해서는 “소통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짧게 언급했다.
성 회장은 섬산련 신임회장을 선출할 때마다 반복되는 업계 논란을 의식한 듯 언론사 저널리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성 회장에 따르면 약 10여년 전 방글라데시 폭동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공중파와 일간 언론들이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공장에 찾아와 취재를 했지만 정작 영원무역 공장은 아무 피해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성 회장은 “그 다음날 서울에서 동창회가 있어 치타공에서 하노이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더니 친구들이 ‘올해 안에는 못 보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오보가 무서운 거다. 서울에 들어온 다음에는 이와 관련 아무런 잡음도 없었고 그 사건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임 회장 선출과 관련, 일부 언론이 추측하고 소설을 쓰고 창작이 너무 많았다. 확인도 안하고 누가 되네, 물망에 오르네 하면 당사자들은 어떻게 하나”라며 정확한 사실에 기인한 보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영원무역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성기학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매년 큰 폭의 사회 기부를 시행해 오고 있다. 지속적인 사회적 기부에 대한 질문에 성 회장은 “도네이션(donation)은 습관”이라며 “서울대학교 우석경제관은 이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젊은 사람이 좋은 교육 받고 잘 되는게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업무 시간의 거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지난 3월 이후 한 번도 해외에 나가지 못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자신의 취미인 “사진기와 오디오 구경을 실컷 하고 있다”며 “자주 가는 명동의 오디오 가게 사장이 나 때문에 가게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