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식 서울대 AFB 총교우회장 - “행복하려면, 눈에 안 보이는 사회적 자산을 쌓으세요”
원우 비즈니스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 구축 지원
동대문 은행권에서는 충남섬유와 대한패브릭 두 곳이 가장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이라는 데 이견 없이 동의한다. 두 곳 모두 언더페이(underpay)가 없고 100% 세원이 노출돼 무자료 거래가 횡행하는 동대문 시장에서 정도를 걷는 기업으로 꼽힌다. 작년 외형 400억여원으로 규모가 비슷하고 걸어서 5분이면 닿을 정도로 지리적 위치도 가깝다.
이중 충남섬유는 진영식 회장이 36년간 이끌어 온 원단 제조 유통 기업이다. 작년 충남섬유는 매출이 15%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6%나 상승했다. 통상 매출이 줄면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물건은 덜 나가지만 여기에 수반되는 고정비용은 불변하기 때문이다. 진영식 회장은 2016년부터 진행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어려운 시기에 힘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인력은 절반으로 줄였지만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다. 직원 1인당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조직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진영식 회장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반기지 않는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서울대 AFB(패션산업최고경영자과정) 총교우회장에 취임했다. 서울대 AFB는 20년간 1000여명의 교우를 배출한 국내 최고의 패션최고경영자과정으로 꼽힌다.
-서울대 AFB 총교우회가 하는 일은.
“AFB과정을 수료한 교우들의 친목과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인연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개인 삶의 질을 높이며 사회적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무형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14대 총교우회장으로서 목표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절반에 가까운 신입 원우들이 입학을 신청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 안 좋으니 금전적 부담이 있을 거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기업이나 학교 모두 최고의 가치는 영속성에 있다. 사업을 이어가고 학맥을 잇는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올해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좋은 원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주변에 추천을 많이 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는 개강도 6월 3일로 미뤄졌다. 방학 스케줄을 조정해 수업 일정에는 지장이 없도록 학교측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끈끈한 교우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게 음으로 양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자 한다.”
-서울대 AFB는 국내 최고의 패션경영자과정으로 인정받는다.
“1000여명에 가까운 교우 네트워크와 서울대의 브랜드 가치, 가성비 높은 사회관계망 형성이 강점이라고 본다. 서울대 AFB는 20여년을 이어왔다. 한국은 지연 학연 혈연 등 인맥 사회다. 일가를 이룬 업계 대표 기업들을 보면 이 곳 출신이 많다. 보는 가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서울대학교라는 이름 아래 많은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이 안에는 그동안 내가 갖지 못했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경험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훌륭한 교수님 강연을 들을 수 있고 여기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성공스토리를 가진 우수한 기업인과 대화도 나눌 수 있다. 패션이나 의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방면의 인재들이 다수 들어온다. 학교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신입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엄격하게 심사한다.
그런 면에서 미래를 보는 넓고 깊은 시야와 안목을 키울 수 있다. 기업가로 보자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자산과 보이지 않는 자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AFB 원우라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 나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오래 기업을 하다 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다들 돈만 좇더라. 사람의 행복에는 건강 재산 친구 등등 여러 요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나를 둘러싼 친구(원우)들이 사회적으로 나를 업그레이드해 주고 사업 인프라도 다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코로나19는 우리 섬유패션산업에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특히 동대문 쇼핑몰 일대는 개시조차 못하는 매장이 속출할만큼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바라보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어떻게 변할까 궁금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 타격이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빠르게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섬유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전통적 산업 개념에서 벗어나 이를 이해하고 빠르게 적응해야 남보다 앞서 좌표를 찍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각론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 충남섬유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오래전부터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올해는 더 나아가 AWS(아마존 웹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람이 아닌 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의해 최적화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AI가 직접 매입을 결정하고 오더를 내리며 각종 변수와 상황에 맞는 최적화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 6월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비용 때문에 알면서도 못하는 곳이 많다.
“비용 대비 효율 따지다 보면 결정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우리는 얼마가 들어가더라도 일단 해 보겠다는 거다. 소요비용이 수 억원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5~6년전부터 이런 시스템에 적응해 왔기 때문에 선진화된 회사 운영 시스템의 효용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알면서도 못하는 건 리더가 얼마나 회사를 발전 지향적으로 보는가에 달려 있다. 돈의 부피에 매몰되면 하기 어렵다. 그건 그 리더의 몫일 뿐이다.”
진영식 회장은 본업 50%, 부동산 30%, 유가증권 20%의 포트폴리오로 자산 구성을 한다고 했다. 그의 5:3:2 이론이다. 이 지론에 따라 1~2년 내에 자체 사옥을 갖는 계획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