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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칼럼] 패션 선진국은 ‘봉제 장인’을 존중한다

‘메이드인이탈리아’의 구심점 이탈리아 코로나19로 장인들 잃어 유럽 컬렉션 근간 흔들릴 정도 ‘메이드인코리아’ 기초 재점검 인력육성 및 지원, 현실적으로! 

2020-05-04     이영희 기자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소중한 패션 봉제 장인들을 많이 잃었다. 오는 9월 예정이었던 밀라노 패션위크는 코로나 여파도 있지만 봉제 장인들의 타계로 인해 하이앤드 제품의 샘플작업이 어려워져 열릴 수 없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의 샘플작업을 해 온 이탈리아 봉제장인들의 작업실이 문을 닫으면서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고부가 가치에 부합해 덕을 보려던 중국업체들의 생산라인 장악은 코로나19와 때를 같이해 유럽에 재앙을 남긴 것이나 다름없다.

코로나 19는 국경없는 자유로운 세계관을 무너뜨렸다. ‘봉쇄’라는 단어는 이제 낯설지가 않다. 중국과 베트남 등 의존도를 낮추고 ‘메이드 인 코리아’로 생산 자급자족과 한국패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가치를 높여야 할 시점을 맞았다.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가 세계를 장악한데는 디자이너의 풍부한 상상과 감성을 현실화하는 장인들이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상·하위 개념을 벗어나 파트너로서의 ‘존중’이 밑거름이 됐다.

대를 잇거나 평생을 종사해 온 봉제 장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고 국가 산업차원에서는 귀한 자산으로 존중받는다. 얼마전 해외 유명 럭셔리 브랜드의 장인들이 그들의 아뜰리에서 작업을 멈추고 의료용 마스크와 방호복을 만들어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지속 공급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최고의 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장인들의 움직임이 화제가 될 만큼 그 산업의 중심에 존재한다는 것이 부러웠다.

현재 한국 하이엔드 브랜드 봉제 장인들의 숫자가 줄어 들고 있다.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데다가 “자식에게는 같은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의식도 팽배하다. 시력도 나빠지고 손끝도 둔감해 지는데 바통을 이어받을 새로운 전수자들은 부족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가치 확립은 이처럼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시스템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국내 유명 디자이너는 “현재 경력자들이 더 노령화되기 전에 젊은 인재들을 배치해 기술전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배우는 과정에서 젊은 인재들에게 정부의 기술습득에 따른 지원이 있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한다.

기술습득 기간동안 인재확보 및 채용에 따른 소규모 업체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중요한 기술 전문직으로서 인식 제고도 절실하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직업관 속에서 자부심으로 중무장한 우수한 인력이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봉제업체들을 위해 공동브랜드를 런칭시켜 일감을 주고,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및 멘토링으로 제품을 기획, 생산하는 가하면 그 제품을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에게 입혀 홍보 내지는 온라인 판매루트를 개척하는 등  따른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보여주기 위한 지원’ 및 사업으로 인식될 오해의 소지 또한 없지 않다. 봉제산업의 종사자들이 들러리로 치부될 때도 있다. 

하나의 대안으로, 디자이너와 봉제장인이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우수한 디자인제품을 완성하도록 하는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봉제장인이 속한 생산현장에서 디자이너제품을 생산하도록 보장한다면 상호 충분한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력 향상, 국내외 판로개척과 홍보 마케팅 등에 정부의 지원이 지속된다면 좋겠다. 디자이너들은 적정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봉제라인을 가동하기가 무척 힘들다. 반면 봉제공장에서는 일감이 늘 부족하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협업과 효과적 성과도출이 필요하다.

이같은 때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힘을 모아 공동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무엇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힘을 실어 우리 디자이너의 손으로 한국소재, 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국산 소재와 생산을 위해 충분한 초도 물량을 확보했다는 야무진 준비태세도 마음에 든다.

바이러스가 산업과 라이프스타일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요즘 대한민국 패션산업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또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 근간이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고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자긍심과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봉제마스터 양성과 존중이 첫 걸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