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반란, 디지털 혁명에 펀치를 날리다

패션매장, 경험 중시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온라인 팽창에 대항해 새로운 자극으로 차별성 강화

2020-01-10     나지현 기자

뉴욕 맨해튼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5번가(fifth avenue)에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먹는 일을 현실로 만든 세계적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CO)’ 블루박스 카페가 있다. 온통 티파니 블루 컬러로 치장한 이 카페는 간단한 브런치 한 끼에 50달러를 받지만 2017년 오픈 이래 한 달 이전에 예약해야 식사가 가능할 만큼 명소가 됐다.

반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로드앤드테일러(Lord&Taylor)’는 지난해 초 뉴욕 매장 문을 닫았다. 헨리벤델, 랄프로렌, 바니스뉴욕 등 유명 백화점·브랜드도 자존심을 구기며 주요 점포를 폐점했다. ‘5번가의 불황’이라고 불리울 만큼 지난 1~2년간 전통적인 방식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는 사례는 흔한 풍경이 됐다.

앤더슨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오프라인의 반란이 시작됐다. 즉각적인 경험과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새롭게 디벨롭하는 역발상 바람이 거세다. 지난 몇 년간 온라인 시장의 부상으로 구매 중심축이 급속히 옮겨졌지만 티파니 매장처럼 점포에 옷을 걸기보다 경험소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정체성을 담은 아트 공간이자 쇼룸으로,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담은 이색적인 카페로, 소비자와 소통을 위한 혁신적인 공간으로 활용범위가 다채로워졌다.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이 젊은층의 새로운 소비기준이 되면서 외식, 여행, 쇼핑, 전시 등 다양한 업계에서도 이를 마케팅의 중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큰 만큼 혁신도 두드러지고 있다.

‘아더에러(Ader Error)는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곳곳에 설치미술, 퍼포먼스형 아트 공간을 따로 두고 매달 주기적으로 바꿔주고 있다. 해외 고객과 바이어들 SNS에 지속적으로 업로드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가로수길에 6층 규모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추가로 오픈한다. 다양하고 많은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아트 프로젝트 공간이자 감각적인 매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하고 성장세가 무뎌질수록 가치 창출 기회에 빠르게 대응하고 소비자와 상호작용해 업계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SNS 경제효과를 노리기 위한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개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디자이너씬들에서 활발하다. 이들은 만성적이고 진부한 방식을 거부하는 만큼 매장 또한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티파니블루박스

‘앤더슨벨(Andersson Bell)’은 3년 전 오픈한 도산스토어의 대대적인 확장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3개월 후 퍼포먼스형 쇼룸이자 매장으로 디벨롭한다. 앤더슨벨 최정희 대표는 “디지털 시대 고객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도산스토어 또한 단순하게 옷을 입어보는 공간 이상의 차별화된 감동을 줘야한다는 생각에 어느 하나 의미 없는 부분이 없을 만큼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피팅룸에서 감동을 느낀 고객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촬영한다. 그 순간 하나의 컨텐츠가 생성된다. 0.1%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특별한 차별화가 브랜드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급 과포화 속에서 오프라인은 또 다른 바이럴을 낳는 공간으로 디벨롭 되고 있다. 옷을 파는 것을 넘어 감성을 팔고 판타지를 주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커머스의 급속한 성장에도 소비자 3명 중 2명은 여전히 온라인보다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럭셔리 브랜드 매출의 단 13%만이 온라인에서 창출된다.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매장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튜디오 언라벨 이동일 대표는 “매장은 이제 더 많이 팔겠다는 개념보다 옷이 걸려있지 않아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명확한 가치와 아카이브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옷을 많이 보여줘야 했던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 소비자들은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욕망이 더 크다. 브랜드 정체성이 투영되어 드러남으로 더욱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하게 된다. 무엇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로 접근하는 이미지적인 언어”라고 설명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브랜드 스토리에 맞는 매장 구성과 컨텐츠를 생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르캐시미어’는 최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작은 습관들을 제시하는 ‘Sustainable HABITs’ (sHABITs, 에스해빗) 공간을 남산에 만들었다.

카페와 전시·쇼룸이 합쳐진 복합 공간으로 지속가능한 삶과 관련한 각종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카페는 제로 웨이스트 스페이스(zero waste space)로 종이컵 등을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를 키핑해 사용한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글로벌 커뮤니티(s-habitant) 공간으로도 활용해 릴레이 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르캐시미어 유동주 대표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이 지리적 강점과 경험적 요소를 결합해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 강화가 중요해지면서 오프라인의 기능도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