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문 김형숙 공동대표 - 70년만에 다시 돌아온 ‘독립문’…제2 창업 선언

2004년 출시한 자켓 지금도 수선해 입는 고객 있어, 오랫동안 가치 변하지 않는 헤리티지 내세워 롱런

2018-07-20     김임순 기자

국내 최장수 의류 브랜드는 1954년 출원한 독립문이다. 평안도 출신 독립운동가 월암 김항복 선생이 1947년 서울 초동에 대성섬유공업사를 설립했다. 국민 모두에게 따뜻하고 질 좋은 내의를 입히겠다는 일념으로 만든 ‘독립문표 메리야스’가 바로 그 시작이다. 1953년 평안섬유공업사로 회사명을 바꾸고 1961년에는 법인으로 전환, 수출사업에 매진했다.

1970년대 평안섬유공업은 직원 3000명, 수출액 13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듬해에는 캐주얼 브랜드 ‘PAT’를 탄생시킨다. PAT는 1975년 기업을 공개하고, 1977년 260개의 매장이 생길 정도로 성장했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중 1980년에 불어 닥친 오일쇼크는 법정관리라는 뼈아픈 시련을 안겼다.

2세 경영인 고(故) 김세훈 회장은 당시 수익 중심 경영과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해 기업을 회생시킨 주역이다. PAT를 나타내는 ‘코뿔소’ 심벌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해 나갔다. 법정관리 기간 평안섬유는 캐주얼, 스포츠, 골프, 아동복, 유아복 등 토탈 캐주얼브랜드로 기세를 이어갔다.

1985년 전국주요 백화점에 입점하며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1997년 중국, 1998년 미국 캐나다 수출 재개 등 자구 노력 끝에 1998년 법정관리를 졸업한다. 2000년 3세 경영인으로 취임한 김형섭 대표는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2005년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NEPA)’를 인수해 2012년에는 4000억 원까지 덩치를 키우고 사모펀드 MBK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사명을 평안L&C로 바꾼 뒤인 2015년 스포츠웨어 ‘엘르 스포츠(ELLE SPORT)’ 런칭과 동시에 PAT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TfC(Tailored for Comfort)를 내세워 도약하고 있다. 2016년에는 여성복 브랜드 ‘데미안’을 품에 안았다. 평안L&C 김형숙·조재훈 공동대표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명을 다시 ‘독립문’으로 바꾸고 제2 창업을 선언했다.

-독립문은 개인보다 사회를 위한 이름인 것 같다. 창업주 월암 김항복 선생의 독립운동 때문인가?
“창업주인 월암 김항복 회장은 교육자로 활동하며 대한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1914년 정주 오산학교에 입학해 당시 교장이던 조만식 선생을 만난 계기로 ‘물산장려운동’ 정신을 익히게 된다. 1926년 숭실전문학교 교사, 1928년 평양 숭인중학교 교장으로 취임해 인재 양성에 주력했다.

창업주는 동우회 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던 중 ‘우리국민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질 좋은 옷을 입게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는 독립문의 창업 이념이다. 이때 서대문형무소에서 본 독립문을 보고 의류상표로 사용하게 됐다.

창업주의 뜻을 모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편안하고 멋진 우리 옷을 만들어 보급하며 함께 하는 헤리티지를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다.”

-우리 패션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역사가 짧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산업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70년 기업 역사는 해외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사례다. 장수 기업의 비결은 무엇인가.
“독립문은 70년간 패션사업을 하며 좋은 소재와 품질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실크 같은 촉감의 실켓 면 티셔츠는 브랜드의 오리진이라고 할 만큼 자랑거리다. 100만장 넘게 팔린 히트 상품으로 특허도 많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품질 기준으로 오랫동안 가치가 변하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해 왔다. 패션기업 브랜드의 힘은 결국 소비자 접점인 매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달려 있다.

대표 브랜드 PAT의 대리점주는 파트너이다. 이들 파트너 중에는 37년 이상을 함께 한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2004년에 출시한 남성 재킷 수선을 요청한 고객도 있었다. 법정 품질보증 기한과 상관없이 독립문은 무료로 제품 AS를 제공한다. 좋은 품질과 오래가는 디자인, 대리점 인큐베이팅과 상생하는 유통망이 독립문 브랜드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독립문이 여성복 데미안을 인수한 배경에 대해 많이 의아해 했다. 여성복과 캐주얼 전문사의 결합이 흔한 일은 아니다. 지금은 어떤가.
“데미안은 PAT와 꽤 많이 닮았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였다. 브랜드의 타겟 연령대가 같다는 점은 단점일 수도 있으나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역사가 오래되고 연령대도 같다는 점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백화점 전용 브랜드라는 점에서 그때그때 선 기획 시스템을 적용하고, 국내생산을 하기에 서로 간 시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디자인실은 커리어 컨템포러리 조닝에서 더 고급화시키는 방향으로 간다.

지난 시즌부터 강화된 헤리티지, 고급 상품에 대한 매장에서의 고객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오히려 리오더가 나오는 상황이 다반사다. 매장에서는 가격이 높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상품 출고 후 달라졌다. 현재 데미안은 전국 백화점 41곳에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하반기에 롯데 등 몇 곳을 추가하면 약 45개 정도 매장으로 늘어난다. 모두 정상매장이다.”

-통상적으로 회사 인수나 합병의 경우 기존 직원들은 6개월~1년 사이 대부분 회사를 떠난다. 데미안은 어떤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성과를 공유하며, 직원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치관 재정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데미안의 기존 직원 중에는 단 한 명도 이탈하거나 퇴사한 사람이 없다. 약 40여명 되는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인수 후 정확하게 2년 2개월 차로 접어든다. 나간 사람은 없지만 새로 영입된 사람은 있다. 디자인실 캡틴과 PAT에서 MD 한 명을 영입해 2명이 새로 투입됐다. 직원 이동이 없으니 오히려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다. 모두에게 무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더 열심히 일하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립문 데미안의 가을 겨울 옷은 브랜드 헤리티지가 물씬 풍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할 수 있는지.
“소재부터 다르다. 고급 캐시미어 니트부터 최고급 울 소재를 적용했다. 니트는 게이지를 추가하고 꼬임을 반복해 캐주얼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미가 돋보인다. 컬러도 더 부드럽게 했다. 전체적으로 볼륨이 있는 롱 기장의 니트 스커트는 남다른 패션스타일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맞는 운동화를 보태 주면, 젊은 패션 감각을 일깨우면서도 편안한 화사함을 선사한다.

겨울은 소재가 고급스러워야 한다. 겨울아이템인 가죽 제품도 프리미엄 급이다. 디자이너 감성이 물씬 풍기는 양가죽은 고가라인이다. 가죽 제품은 워낙 많이 나와 있지만 새로운 매장 컨디션과 신규 고객 확보차원에서 포인트로 노출시킨다. 사이즈가 크고 폭이 넓은 팬츠 역시 천연 가죽이다. 소재 차별화를 통한 시그니처 아이템들이다.”

전체적으로 옷의 분위기는 캐주얼 하지만 뒷모습은 우아한 여성미를 연출할 수 있게 제안했다. 옷의 안감이나 넥 라인 안쪽에도 세심하게 치장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더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흘린다. 나이와 상관없이 뭔가 남다르게 입고 싶어 하는 옷, 디자이너들도 구매하고 싶은 옷. 데미안의 가을 겨울에 시선이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