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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훈 前 화섬협회장, 3개월만에 자진사퇴

업계, 강압적이고 무리한 인사 의문 제기

2018-06-29     정기창 기자

한국화학섬유협회는 지난 6월 27일 임시총회를 열고 김국진(65·사진) 前 호국문화진흥위원회 감사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7월 2일자로 취임한다. 전임 박승훈 회장은 임기 시작(4월 1일) 3개월만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하차하게 됐다. 남은 잔여 임기는 3년 중 무려 2년 9개월이다. 전례 없었던 일이다.

업계는 이번 일을 두고 강압적으로 밀어부친 무리한 인사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화학섬유협회장은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단수로 후보 추천이 오면 회원사들이 만장일치로 선출하는 구조였다. 전임 박승훈 회장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27일 연임이 결정됐다. 당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박승훈 전 회장 연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부는 연임을 승인한지 불과 1개월여만에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 회장임기 3년제 도입 후 연임 관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박승훈 전회장 퇴임을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국내 화학섬유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와 업계 위상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련 소식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인물로 업계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업계 눈치를 너무 안 보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비록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정당한 절차를 밟아 선출된 회장을 3개월만에 갑작스레 퇴진시키는 모양새는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공식적으로 회장 임명권이 없는 정부가 우회적인 압박을 통해 신임 회장을 퇴진시키는 나쁜 선례가 됐다며 좋지 않은 징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섬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한 화섬업계가 정부에 밉보인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정치 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정부 눈치만 보면 빠르게 글로벌화되는 시장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정부 관심이 적었던 화학섬유협회장 자리까지 압력이 들어오고 있어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에 신임 회장에 앉은 김국진 회장은 고려대학교와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AIM)을 졸업했다. 1987년 텐트용 폴 제조업체인 (주)유엔씨(現 유엔씨폴)를 설립하고 2012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6년 12월까지 (사)호국문화진흥위원회 감사를 역임했다. 호국문화진흥위원회는 국방부 산하로 국군교향악단 공연 등 호국관련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