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상품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
윤리적 패션기업, 제도권과 경쟁 본격화 해외는 기존 패션가치 허무는 주도권 경쟁
윤리적 패션(Ethical Fashion)이 한국 섬유패션산업 흐름을 바꾸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선언적 의미에 그쳐왔던 윤리적 패션은 환경의 가치를 높이 사는 소비자 인식변화의 힘을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기존 제도권과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착한 소비 프로젝트’ 팝업스토어가 열린 천호동 현대백화점. 경기도 성남시에서 온 유미진(28)씨는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친환경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가죽팔찌, 단추만들기 같은 체험형 이벤트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에서 온 김윤희(34)씨는 “의미 있는 상품과 행사를 백화점에서 보게 돼 신선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착한 소비 프로젝트’는 일부 마니아와 업체 중심으로 전개돼 온 윤리적 패션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유통에 도전장을 내민 사건이다. 스트리트 편집매장이나 플리마켓 같은 곳에 소규모로 진열되던 윤리적 패션상품들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의미를 확산하고 유통시장 본류를 공략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 프로젝트에는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이 육성하는 ‘서울 윤리적 패션(SEF, Seoul Ethical Fashion)’ 소속 23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작년 7월 윤리적 패션허브 사업을 출범, 본사 건물에 장소를 마련하고 9개 업체를 집중 인큐베이팅 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이 공공부문에서 윤리적 패션을 이끌고 있다면 민간에서는 코워킹 커뮤니티인 ‘헤이그라운드’가 대표적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체인지메이커를 표방하는 헤이그라운드는 사회적 가치 기여에 공감하는 개인과 기업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다. 에코백, 휴대폰케이스 등을 판매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MARYMOND),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공정의류로 유명해진 케이오에이(K.O.A)가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윤리적 패션이 보편적 가치로 인식돼 다양한 곳에서 이전의 전통 패션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2009년 창립된 ‘지속가능 의류연합(SAC, 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에는 유니클로, 자라 등 세계적 패스트 패션 기업과 나이키 같은 글로벌 스포츠 용품 기업이 참여해 윤리적 패션을 비롯한 사회적 가치를 우선 순위에 두고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SAC는 제조과정의 친환경·윤리성을 인증하는 하이인덱스(High Index) 2.0을 2020년까지 글로벌 200개 브랜드 이상이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동물보호 차원에서 리얼퍼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디자인재단 신미선 책임연구원은 “윤리적 패션이 이제는 별도의 영역이 아닌 전세계 제도권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내는 아직 미숙한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윤리적 패션기업이 전통의 패션기업들과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