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1분기 결산, 악전고투 속 정중동 행보

방향성 정립으로 존재감 부각 볼륨화·밀어내기 매출 지양

2018-04-13     나지현 기자

매년 최악이라고 하는 패션마켓은 갖은 악전고투와 지난 몇 년간의 격변기를 지나 현재 시장 재편이 활발하다. 무엇보다 화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채널의 경계가 급속히 사라지면서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근력을 키운 업체들은 소용돌이 속 존재감을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뉴 포트폴리오에 대한 개편과 구축이 활발한 가운데 유독 내수 시장을 압도적으로 위축시켰던 여러 가지 악재들을 이겨낸 업체들은 지난해 방향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여성복 업계는 올해 힘겹게 1분기를 마쳤다. 올해는 전년에 비해 무리한 볼륨화나 공격적인 매출 목표를 세운 곳이 거의 없다. 1~2월 최강 한파 영향으로 최악의 실적을 낸 곳들이 많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지표를 보인 곳이 대다수다. 뚜렷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양적 성장에 열을 올리는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무리한 볼륨화나 공격적인 매출 목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상대적으로 가격 저항이 높은 백화점 브랜드들은 1분기 힘겹게 마감했다. 빅3 여성복 주요 영 브랜드 1분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기간 대비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가 많지 않았다. 아울렛에서 수익을 내는 기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고 이 마저도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한편, 새로운 시장에 대한 고찰을 통한 전략과 브랜드 로얄티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부상으로 고객데이터의 세분화는 날로 중요해지며 단순 고객 분석에서 고객맞춤형 서비스 제공까지 가능해지면서 여성복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전문성과 히스토리를 보유한 리딩 브랜드들은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호흡하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보브’와 ‘스튜디오톰보이’는 지난해 1000억 돌파 진입을 계기로 1분기에도 견고한 실적으로 마감했다. ‘시스템’과 ‘지컷’, ‘럭키슈에뜨’ ‘미샤’ 또한 뚜렷한 정체성과 마니아층 고객, 브랜드 로얄티를 확보해 제 몫을 했다. 이들 브랜드 모두 온라인 판매 기능까지 한층 강화하며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써스데이아일랜드’와 ‘시에로’는 여성복 전향을 통해 상품력과 아이덴티티를 지속 강화해 1분기 두 자릿수 신장과 유통 확대에서 모두 성공 스토리를 써냈다.

한동안 백화점 내에서 사세확장을 보였던 영스트리트 마켓은 공급 과잉과 온라인 마켓과의 중첩된 상품,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며 옥석 가리기 마무리 단계다. 취약한 배수 구조와 80~90%의 판매율 압박을 이겨내야 했던 힘든 수익구조로 점차 유통 내에서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고객들 또한 이들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끼며 구매율이 현저히 떨어져 유통 또한 고객 집객을 명목으로 확대했던 영역을 지속 축소하고 있다. ‘임블리’는 온라인과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을 내세웠고 ‘난닝구’, ‘스타일난다’ 또한 유통 진입의 속도를 늦추거나 선별 진입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내셔널과 스트리트 브랜드의 브릿지를 표방한 ‘반에이크’의 선전은 주목할 만 하다. 백화점 위주로 유통 파이를 넓혔지만 판매율과 배수구조, 수익확보 3박자를 고루 갖춘 생존전략으로 양적, 질적 성장 모두를 이뤄내고 있다. 자체 기획 생산 비중을 꾸준히 높이며 이달 자사몰 오픈까지 앞두고 있어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할인유통점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들의 고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가 포지셔닝과 마트 집객 하락, 고비용 구조의 수수료 등 수익 확보를 위한 호재가 없어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수스’는 상품력 보강과 온라인 홍보 다각화로 고객 저변과 판매 채널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미센스’는 신규 유통 진입과 브랜드 전반의 디벨롭, 라인 익스텐션 등을 통한 입지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들도 포착됐다. ‘코데즈컴바인’과 ‘러브앤쇼’다. 이들 브랜드는 무엇보다 소비자 관점에 포커싱했다. 무리한 세일을 지양하고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이지도 않지만 순수 오프라인 매출만으로 조닝을 선두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본연의 오리진을 내세워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 고객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