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특수 잡아라” 글로벌 브랜드 각축전 본격화

中정부, 겨울 스포츠산업 육성 박차…의류·용품 ‘인기몰이’

2018-02-02     정기창 기자

745개 브랜드 ISPO 베이징 찾아

지난 1월 24~26일간 열린 ‘ISPO 베이징’은 아웃도어 보다는 스포츠, 그 중에서도 용품이 특히 강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겨냥, 겨울 스포츠 산업 육성 정책을 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는 5개년 계획을 세움에 따라 2022년까지 동계 스포츠 시장 팽창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의 각축전이 활발히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회 주최측도 이를 감안, ‘스포츠 타운(Sports Town)’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컨퍼런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 지원 아래 주요 도시 외곽지역에 각종 스포츠 시설과 리조트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베이징올림픽 공식 후원사이자 중국 1위 스포츠 의류·용품기업 안타(ANTA)를 비롯 대표 브랜드들이 대규모 부스를 꾸며 전시회 분위기를 이끌었다. ISPO 베이징에 개별 참가한 브리즈텍스의 양광은 팀장은 “중국은 현재 아웃도어는 정체되는 반면 스포츠, 특히 동계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시장 역시 캠핑에서 겨울 스포츠용 의류, 용품 위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메인 전시장에서도 관련 용품 참가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월 28일 개막한 ‘ISPO 뮌헨’의 영향으로 한국 기업 참가 숫자가 줄고 바이어들 역시 전년보다 한산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아웃도어·스포츠의 본산인 유럽으로 시선이 쏠려 상대적으로 베이징 전시회는 예년 수준만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국제컨벤션센터(China National Convention Center : CNCC)에서 열린 ISPO 베이징은 올해 세계 463개 기업, 745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참가국 중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체코는 공동 국제관(joint international booths)으로 참여해 제품의 경계뿐 아니라 국가간 경계도 허무는 사례를 보여줬다.

주최측은 내년 전시회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2019년에는 베이징의 중국신국제전시장(New Chin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 NCIEC)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韓융복합 스포츠의류·용품 기업
10곳 도전장

한국에서는 대구테크노파크 공동관 7곳과 개별 참가한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브리즈텍스(Bristex), 롬프(ROMP) 등 총 10개 기업이 참가했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참가했다.

대구경북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 씨앤보코(C&BOKO)는 40~60대 연령의 시니어층을 겨냥한 고급 스포츠 의류라인 ‘보코 스포츠(BOKO SPORTS)’를 전략적으로 런칭했다.

지난 40년간 고객들과 호흡하며 성장해 온 씨앤보코가 55~66 사이즈 일색인 한국 시장에서 비교적 큰 77~88 사이즈의 중장년층 애슬레저룩을 표방한 브랜드다. 요가에서 필라테스, 조깅 등 운동복과 여기에 코디해 입을 수 있는 외출용 자켓까지 함께 선보여 전체적인 룩을 완성했다. 최복호 디자이너 고유의 화려한 프린트와 유니크한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는 평가다.

화려한 색감은 전시회 개막 첫날부터 중국 바이어들 관심을 끌었다. 지난 24일 보코 스포츠 부스를 방문한 중국 최대 쇼핑몰 알리바바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제의했다. 화려한 체크무늬와 유니크한 디자인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작년 12월 두 차례 개최한 백화점 플로어 패션쇼에서만 3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할 만큼 초기 국내 반응도 양호한 편이다.

또 다른 대구테크노파크 공동관 입점 기업인 펀키(Funkey)는 어린이용 헬스케어 용품으로 큰 성과를 일궜다. 베이징에 아동 스포츠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한 중국 기업은 어린이들이 시범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0여대 구입 상담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 맞는 운동방법 프로그래밍까지 해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는 학생들이 다양한 방과후 활동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제품이라 큰 관심이 간다”고 밝혔다. 2016년 창업한 스타트업인 펀키는 이 건으로만 약 4만불의 매출이 기대된다. 향후 학생용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공급할 경우 더 높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주목 받은 펀키의 ‘빅구(Big9)’는 5~10세 사이의 어린이 헬스케어 브랜드다. 미세먼지로 활동량이 줄어든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제품이다. 상체와 하체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Core 등 5가지 지수를 측정하고 개인별 상황에 맞는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대구의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오는 3월부터 항암치료를 받는 어린이 환우들 운동에 도움이 되도록 빅9를 사용할 예정이다. 김기영 펀키 대표는 “고도와 위도에 따른 몸 동작을 인지하고 측정해 체계적으로 운동을 도와준다”며 “친구 등록을 하면 서로를 비교할 수 있어 운동에 대한 동기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텐트와 매트, 캬라반을 생산·판매하는 캠핑타임(Camping Time)은 전시회 마지막 날인 26일 중국측 파트너와 약 20억원에 이르는 투자 상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현지에 지사를 만드는 한편 유통망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구테크노파크 ‘평창올림픽
홍보관’ 눈길

이들 공동관 출품 기업들은 지난 수년 간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 매 단계마다 대구파크노파크 지원을 받으며 함께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코 스포츠는 스포츠 라인으로 복종을 다변화시키는 초기 단계부터 대구테크노파크가 보유한 전문적인 네트워킹 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펀키 역시 자본에서부터 상품화에 필요한 인증과 특허, 판로 등 스타트업이 취약한 부분의 지원을 받아 이번 ISPO 베이징에서 눈에 띄는 결실을 맺었다.

대구테크노파크 스포츠융복합산업지원센터 이재훈 센터장은 “올해는 스타트업을 비롯, 스토리 있는 기업들의 장단점을 보완해 전시회 참가를 준비했다”며 “상담 건수와 금액이 작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이전과 달리 부스 칸막이를 없애고 넓은 공간에서 참가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며 까다로운 바이어들 눈길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전시회 참가 전 미리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승인을 받아 올림픽 로고 및 마스코트 사용 권한을 획득, 이를 부스 전면에 내세워 중국 13억 인구에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는 민간 사절단 역할도 했다.

대구테크노파크는 현재 대구경북 지역뿐 아니라 역외 지역 기업들도 현지에 본사를 이전하거나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면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개별 참기 기업 중에서는 친환경 기능성 소재 기업인 브리즈텍스가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꾸몄다. ISPO 베이징 참가만 10여회에 이를 정도로 지속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브리즈텍스 관계사인 ‘실론(Sealon)’의 무봉제 제품과 새로 개발한 데코 필름에 바이어들 관심이 집중됐다.

이 회사 양광은 팀장은 “최근 중국 바이어들은 운동복용 저데니어를 많이 찾는다”며 “미리 시장을 조사하고 타겟을 명확히 하고 오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