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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칼럼] 면방, 최저임금인상안 딜레마

2017-08-11     김임순 기자

전방이 공장 폐쇄와 수백 명의 근로자 해고 방침을 결정한 가운데 이를 놓고 동 업계를 비롯한 젊은 구직자들에게도 일파만파 됐다. 수십년간 국내 가동을 고수해 왔던 업계 최고경영자들의 수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국내 면방기업은 초과이익 달성 등 규모의 목표를 수립하지 않는다. 이들은 기업 유지와 선대로부터 이어온 가업을 잇는다는 것에 가치를 둔다. 기업의 이익창출은 경영의 기본이지만, 이들 구방들은 최소한의 고용능력 창출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종업원과 함께 할 수 있으면 된다는 거다.

지난 2013년 경방은 베트남으로 공장을 처음 이전했다. 회사 창립 100년을 앞둔 경방으로서는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베트남 공장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에 들어가자 제 2공장을 증축하는 등 해마다 베트남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전방은 다르다. 공장 문을 하나하나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최근 정부의 최저 인건비 상승 탓만으로 돌릴 수도 없다. 2013년 73억 원 흑자를 제외하면 전방은 2012년 385억 원, 2014년 113억 원, 2015년 105억 원, 2016년 125억 원의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중고차 매매업이나 여행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성공작은 없는 상태다.

업계는 경영난에 처한 섬유업체에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지만, 임금인상 탓으로 부풀리면 돌파구를 찾기 더 어렵다고 말한다. 아울러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완대책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인력문제가 가장 큰 면방기업은 최저임금 인상 전에도 임금 때문에 노사 마라톤 협의를 거치며 대안을 찾았다. 줄다리기 식 노사합의가 대안이 될 수 없었던 면방기업은 이로 인해 해외이전을 더욱 촉발시켰다. 전방만은 해외이전하지 않고 한국 내 공장가동을 고집 한 것도 사실이다.

이익창출보다 일자리 재창출 앞장
선대 가업 이으며 사회 기여 명분 실천
최소 가치 경영유지 살릴 수 있게 해야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앞두고
정답 아닐 수 있는 해외 이전 ‘촉발’

이러한 업계 상황은 탐 하킨(Tom Harkin) 법안을 상기시킨다. ‘예기치 않은 결과의 가설’이다. 지난 1993년 좌파성향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방글라데시 아동들이 월마트(Wal-mart)에 납품하기 위해 만든 의류의 생산 공장 현장이 공개됐다. 작업환경과 급여가 좋을 리 없다. 미국 언론은 이를 아동 노동착취로 대서특필했다. 아동의 노동착취만큼 공분(公憤)을 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은밀하지도 않은, 공개적인 사회범죄이기에 주목받기 충분했다.

아이오아주 상원의원 탐 하킨(Tom Harkin)은 아동 노동착취를 금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미성년자가 만든 의류의 ‘미국내 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국가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방글라데시를 겨냥했다. 미국의 의류 수입이 중단되자 방글라데시 공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공장에서 일하던 아동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부모의 품으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길거리의 아이들’로 남았다. 길거리가 공장보다 좋을 리는 없다. 그들에게 공장은 미래의 꿈을 키우는 곳일 수도 있다. 도덕적 ‘명분확보’가 세상을 바꾸는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인권과 아동복지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명분만 확보한다고 가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하킨 법안은 그 후 ‘예기치 않은 결과의 가설’(hypothesis of unintended consequency)의 전형으로 교과서에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티피피(TPP)와 관련해 국일방적, 동일방직, 일신방직이 베트남에 새로 진출 본격 진행형이 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베트남 진출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마저도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면서 고심해 왔다.

많은 기업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사람을 대체하려는 때에, 노동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최저임금 인상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모든 비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를 자동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비숙련 근로자들일수록 자동화가 가져오는 위협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근 유통가에는 종업원을 줄이는 무인판매 시스템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하나를 바로 잡는다고 하지만 열 개를 흐트러뜨리는 셈이다. 정부가 손을 대면 댈수록 ‘사적자치’로서의 시장의 영역은 점차 좁아지게 된다. 부동산 시장 규제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의 데이터와 가격 변동은 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권에 의해 포획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그렇다. 정치가 시장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