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산업연합회 윤수영 부회장 - 산업간 경계 허물어지는 융복합시대 대비하자
미국 라스베가스 국제가전전시회(CES, 1.5~8) 시카고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AEA, 1.6~8) 스위스 다보스포럼(WEF, 1.17~22)은 매년 초 열리며 한 해 세계 경제흐름을 가늠하는 잣대 역할을 하는 주요 행사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윤수영 부회장<사진>은 지난 18일 열린 경기도 ‘2017 신년세미나’에서 이들 행사를 언급하며 올 한해 국내 경제 및 섬유패션산업 흐름을 짚어냈다. 윤 부회장은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원고를 준비해 참석자들로부터 최근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다음 호에는 곽수종 교수의 강연 ‘세계경제, 판이 바뀐다’를 연재한다. 다음은 주요 내용.
‘CES’는 원래 가전제품 전시회인데 올해는 융합과 연결의 장(場)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지 전통적인 산업 간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며 클라우드, 5G(5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같은 신기술들이 서로 섞이고 또 합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가 전자·IT와 손잡으며 경계가 무너졌는데 올해 CES에서는 여행·레저·스포츠의류 등이 IT와 손을 잡았다고 한다.
스포츠의류 회사 언더아마의 캐빈 플랭크 CEO도 CES 기조연설에서 더 잘 잘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잠옷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열을 흡수하는 특별한 패턴의 섬유로 만들어진 이 잠옷은 ‘운동선수 회복 슬립웨어’로 원적외선을 발산해 잠을 더 잘 자고 피로에서도 더 빨리 회복되도록 돕는다고 한다. 의류회사 CEO가 전자전(展)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AI 비서 ‘알렉사’는 이번 CES에서 LG전자의 냉장고, 화웨이의 스마트폰, 월풀의 오븐, 포드의 자동차 등에 채용됐는데 이 때문에 “CES에 부스도 차리지 않은 아마존이 CES를 점령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 아마존이 전에 온라인 쇼핑몰 샵밥(shopbob), 자포스(zappos) 등을 인수했고 작년에는 프랭클린&프리맨 등 자체 브랜드 7개를 출시했다. 또 패션팀은 액티브웨어 브랜드를 추진하고 최근에는 의류업체 아메리칸어패럴 인수 의사를 밝히는 등 아마존이 종합패션회사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미국 패션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이 1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투자은행 코언앤드컴퍼니는 아마존이 올해 메이시스백화점을 제치고 미국 최대 의류 유통업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전미경제학회 AEA에서는 ‘차기 미국 정부가 당면한 경제이슈’ 세션에서 ‘트럼프노믹스’ 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보수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허버드 교수(컬럼비아대)는 “감세와 대대적 규제 완화,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연간 2.75% 이상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13년 2.7%에서 2.5%, 1.9%, 그리고 2016년에는 대략 1.5% 수준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는데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연 2.75% 이상 성장 목표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차기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거론되는 존 테일러(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정권의 정책 잘못이라면서 “세제 개혁과 규제 완화, 재정 개혁, 통화정책 개혁 등 4대 개혁을 통해 미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이 환율정책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무역수지에서도 흑자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통과 책임(responsive and responsible)의 leadership’을 주제로 내건 다보스포럼에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선언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 아니(No)라고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한한령이나 비관세무역장벽 등과는 달리 중국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의 새로운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트럼프는 다보스포럼 기간 중인 20일 미국대통령으로 취임을 하게 되는데 트럼프의 측근들 중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사람은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단 한 명이라고 한다. 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 등은 그 동안 다보스가 추구했던 지향점과는 거리가 있는 사건들이었다”고 해 다보스포럼이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한다.
이러한 새해 동향으로 사람들이 금년 우리나라의 대외통상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지만 달러화 강세로 환율이 안정되고,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할 경우 대외여건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