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패션 단체장 신년사 분석해 보니 -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해 4차 산업혁명 대비하자
내수불황·요동치는 국제 교역환경 변화 위험 지적
국내 대부분 섬유패션 단체·기관장들은 올 한해 내수불황 지속과 급변하는 국제 교역환경 변화를 예상하고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자세를 다잡을 것을 주문했다.
본지가 국내 섬유패션산업을 대표하는 단체·기관장들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특히 올해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구조고도화 전략준비가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한 단계 높이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자는 내용이 많았다.
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은 신년사에서 “세계경제와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모든 산업과 기업은 같은 조건에 놓여 있다”며 “글로벌 무한경쟁 시장에서 원가대비 품질이 뛰어나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 놓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우리 섬유패션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관련 단체와 연구소들이 역할을 재정립하고 이를 추진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섬유산지인 대구·경북과 경기북부는 중장기 로드맵 수립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장은 “수출과 내수 모두 어렵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미래 중장기 구조고도화 전략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용 섬유에 과감히 투자하고 FTA를 적극 활용해 고객과 시장 중심의 수출 확대에 전력한다는 계획이다.
정명효 경기섬유산업연합회장은 경기도와 함께 ‘경기도 섬유산업육성 종합계획’ 2단계(2017~2021년) 사업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생산R&D, 인력·고용, 마케팅·유통 등 분야에 대해 체계적이고 단계적 지원으로 지역 섬유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다.
각 단체·기관장들은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급변하는 국제 교역환경 변화를 꼽았다. 국내 문제로는 최순실 게이트, 대외적으로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와 트럼프 美 대통령 당선(TPP 무효화, 반자유무역주의 대두)을 가장 큰 변화위험 요소로 인식했다.
박승훈 한국화섬협회장은 “올해도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정책 기조 변화와 브렉시트 여파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생산성 효율화와 코스트 경쟁력을 앞세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자”고 밝혔다.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은 “개성공단 폐쇄와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조치로 국내 패션기업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다”며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로 잡아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어려운 시국을 반영하듯 고사를 인용한 신년사도 많았다. 민은기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은 ‘승풍파랑(乘風破浪, 먼 곳까지 불어가는 바람을 타고 끝없는 파도를 헤치며 배를 달린다)’ 정신을 강조했고 정명효 경기섬산련 회장은 작년을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했던 상황으로 규정했다.
성기학 섬산련 회장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능히 대적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와 전략을 되새기자고 했다. 박호생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은 ‘서경’의 <무일(無逸)>을 인용, 군주는 백성과 나라를 걱정하면서 늘 노심초사해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