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지수 1등 기업 만들어요”
‘불경기’ 말 쓰지 말라, 되레 재도약의 기회로 “우리가 최고 구두 만드는 장본인” 자부심 공유 고객 변화 읽어야 발전…철저하게 트렌드 경영
“26년간 불경기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연구개발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면 불경기는 멀리 도망갈테니까요. 구두가 안 팔리면 불경기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불경기라는 말이 도망갈 핑계로 들렸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불경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
바이네르(VAINER) 김원길 대표는 힘들 때가 곧 도약의 기회라고 말한다. 지난 11월말 기자가 찾은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본사와 공장 직원들은 활기가 넘쳤다. 김 대표가 공장을 둘러보면 먼저 외치는 ‘굿모닝’ 인사에 직원들도 굿모닝으로 답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가 불안할수록 그는 생산 공장을 꼼꼼히 챙기고 제품 검수를 철저히 한다.
굿모닝은 이 회사 모든 직원들이 서로 직급에 상관없이 주고받는 인사다. 그는 즐겁게 일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월간별 계획을 세웠다면 올해는 침체된 경기 회복을 뚫기 위해 주간별 전략을 세우고 연구 개발에 힘쓴다. 김 대표는 트렌디한 제품을 만들면서 소비자 소리에 경청하며 신발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8265㎡(2500평) 본사 마당에 놓는 모터보트와 요트, 10년 전 직원용으로 산 벤츠차는 일하기 좋은 기업임을 보여준다. 공장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는 임직원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구두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제품 품질은 CEO 얼굴입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제대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김 대표는 300여명 직원 복지에도 많은 돈을 투자한다. 이 회사에는 모터보트, 요트가 있어 여름이면 직원들은 수상스포츠를 즐긴다. 김 대표는 장학금, 지역사회 경로 잔치 등에 매년 5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 특히 VIP회원을 초청해 매달 2번씩 생일 파티를 연다. 그는 수상스키지도자 자격증을 따 직원들과 같이 즐기고 VIP 회원들에게는 직접 요리를 해주면서 행복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하루 1000여족, 연간 24만족 이상을 만든다. 70%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30%는 이탈리아에서 OEM생산한다. 바이네르 제품은 한 장의 가죽으로 발바닥에서 발등까지 감싸는 기술인 모카신 공법과 캘리포니아 공법으로 만들어 착화감이 뛰어나다. 30여년 이상 구두 장인들이 만드는 프리미엄 구두를 비롯해 골프화와 컴포트화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몇 년 전부터는 패션성을 더한 구두에 주목하고 있다.
김원길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18살부터 참스제화, 캐리부룩 등을 걸쳐 30여년이 넘게 구두를 만든 구두장이다.
“사업초기 캐리부룩이 부도나면서 제고가 쌓여 자금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차를 몰고 한강에 여러 번 갔습니다.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렸지요. 그때 죽으면서 욕먹기 싫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치는 순간 죽도록 일하자는 결심이 저를 돌려 세웠습니다.”
바이네르는 3074 모델을 비롯해 히트 제품이 나오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히트 아이템이 나오면 한 시즌 가기 어렵지만 그때는 5개가 넘는 히트 아이템이 출시되면서 2~3년은 잘 팔렸다고 회상했다. 28살이 되던 1994년 안토니오 제화를 시작한 김 대표는 바이네르 판매권을 얻기 위해 이탈리아에 3개월을 쫓아다니며 한국 판매권을 얻었다.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이탈리아 코디바사로부터 유럽과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바이네르 판매권을 사들였다. 바이네르는 작년 안토니에서 상호를 바이네르로 변경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10년 전 대비 매출은 3배, 영업이익은 7배 수준으로 키워냈다. 작년 5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바이네르는 장인들이 만드는 수제화와 함께 산업기술이 뒷받침된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3D 디자인을 신발 제조에 도입했다.
“캐드 프로그램과 자동화 재단 기계가 호환이 돼 구두 디자인 수정이 자유롭습니다. 이 첨단화 시스템은 자재를 절감하고 디자인을 비롯한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습니다. 여성 컴포트화 대부분이 이 시스템으로 만들어져요. 10년 전 큰 비용을 들여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기계입니다. ”
그는 불경기일수록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면 된다고 말한다.
“고객은 이순간도 변화하고 있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습니다. 고객 변화를 읽어 낼 때 회사가 발전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직원들과 이탈리아,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등 해외 구두 전시를 다니며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이탈리아 미캄이나 미국 매직쇼 전시는 빠지지 않고 보러 나갑니다. ”
이 회사는 업계 발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발의 편안함과 함께 패션성을 높이기 위한 성장동력 창출에 나섰다. 올해 3회째인 바이네르 디자인 공모전은 총 5400만원 상금을 걸고 업계 발전과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 힘쓴다. 그는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자원이 된다는 한 수상자의 말을 듣고 구두를 만드는 선배로서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성공은 고객에게 사랑받고 사회로부터 존경받으며 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지수 1등 기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바이네르는 2011년 중소기업 선정 명예 옴부즈만(제화분야)으로 선정됐다. 2012년 철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재작년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으뜸기업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