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58 - 투명색과 흰색 정확히 어떻게 다를까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58 - 투명색과 흰색 정확히 어떻게 다를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명한 색’ 이라는 말은 오류다. ‘투명’ 이라는 색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색은 색이 없다는 의미이므로 무채색과 같아야 하지만 무채색의 정의는 색의 3요소 중 색상과 채도가 없고 명도만 있는 색을 말한다. 즉 흰색과 검은색이다. 검은 색을 무색이라고 하지는 않으므로 무채색과 무색은 다르다. 따라서 투명은 무색도 아니다.

빛이 물체와 만나면 3가지 물리적 현상이 일어난다. 반사, 흡수, 투과가 그것이다. 우리가 특정 색을 볼 수 있는 것은 반사 때문이며 이는 물체가 가시광선의 스펙트럼 일부를 선택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물리 현상을 이용한 것이 바로 염료나 안료이다. 빛이 반사도 흡수도 없이 투과하면 그것을 우리는 ‘투명’ 이라고 한다. 

검은 색은 물체가 가시광선의 스펙트럼 거의 전부를 흡수한 결과로 나타나며 반대로 모든 가시광선을 반사하면 흰색이라고 대뇌가 인식한다. 검은색이나 흰색은 둘 다 무채색이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다. 검은색은 염료나 안료의 양이 가장 많이 필요한 데 비해 아무런 빛도 흡수하지 않는 흰색은 염료가 전혀 필요없다. 즉 흰색을 만드는 착색제는 없다. 흰색은 다만 가시광선이 흡수되지 않고 모두 반사되면 나타나는 물리 현상이다.

iStock
iStock

결국 가시광선이 흡수되는 것을 막으면 흰색이 된다. 따라서 탄산칼슘 같은, 가시광선을 거의 흡수하지 않고 산란하게 만드는 물질을 표면에 덧바르거나 화학적으로는 표백제를 사용한다. 표백제는 가시광선 중 특정 파장을 흡수하는 발색단의 기능을 파괴한다.

화학결합을 끊거나(산화표백제) 이중결합을 단일결합으로 바꾸는(환원표백제) 식이다. 자외선에 의한 탈색과 마찬가지이다. 탄산칼슘이나 이산화티탄이 흰색인 이유는 빛의 자외선 영역만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즉, 가시광선은 모두 반사해 버린다. 

물론 가시광선(이후 빛)을 100% 반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더 많은 빛을 반사할수록 더 하얀색이 된다. 그것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 백도(百度, Whiteness)이다. 자연에서 가장 하얀색은 방금 내린 눈이며 이조차도 75% 정도만 가시광선을 반사한다. 미국 퍼듀 대학에서 얼마전 개발한 ‘수퍼 화이트(Super White)’는 95% 이상 빛을 반사하도록 만든 것이다. 단지 5%의 빛만 흡수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빛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물질은 세상에 없다. 유명한 밴타블랙(Vanta black)의 흡수율도 99.965% 이다. 

한편 투명하다는 것은 특정 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빛이 반사도 흡수도 하지 않고 어떤 물질을 통과하면 우리는 그것이 투명하다고 한다. 물체의 분자구조나 결정이 일정하고 깨끗하면 그런 결과가 생긴다. 대부분의 수용액이나 액체 또는 유리가 그런 물질이다. 마찬가지로 100% 빛을 투과하는 물질은 없다. 그렇다면 흰색과 투명은 정확히 어떻게 다를까.

흰색과 투명은 둘 다 안료나 염료 같은 착색제가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둘은 물질의 구조 때문에 생기는 빛의 반사 또는 투과로 인해 나타난다. 그런데 투명은 종종 흰색과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간섭으로 인해 빛의 투과가 반사로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일어나는 반사는 어떤 파장의 빛도 흡수하지 않는 정반사이다. 따라서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물은 확실히 투명한데 파도를 일으킬 때는 거품이 생기면서 흰색으로 보인다. 거품이 간섭을 일으켜 투과를 방해하고 빛을 산란 시키기 때문이다. 산란에 의해 파란색으로 보일 때도 있다. 

반대로 흰색인데 투명해지는 경우가 바로 물에 젖었을 때이다. 물이 흰색 섬유 사이에 침투하여 반사하는 빛을 일부 굴절시켜 투과하도록 만드는 현상이다. 얇은 흰색 원단일 때 종종 일어난다.
흰머리는 대표적인 예이다. 케라틴 단백질로 주로 구성된 머리털은 원래 투명하다. 다만 멜라닌 단백질의 양에 따라 검은색, 금발, 갈색이나 빨간 머리가 되는 것이다. 흰머리는 멜라닌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그 때문에 투명하지만 우리에게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머리칼의 내부 구조가 균일하지 않아 일부 빛이 투과하지 못하고 반사되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의 흰털도 마찬가지다.

흰머리는 투명한 머리카락에 약간의 정반사가 일어난 결과이다. 따라서 검은 머리를 흰색으로 탈색하려면 이론적으로 머리카락에 있는 모든 멜라닌을 제거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아무리 표백제를 사용해도 멜라닌이 완전히 제거되기 힘들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때문에 금발 같은 밝은 노란색이 흰색보다 더 흔하다. 이 상태에서 옅은 보라색으로 처리하여 흰색에 가깝도록 보이게 하는 우회적인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5-11-20
  • 발행일 : 2015-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email protected]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